파한잡기|강명숙<예지원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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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강종합개발사업에 관한 얘기는 최근 한달여에 걸쳐 신문은 물론 텔리비전·라디오등의 전파매체를 통해 본격적인 기획프로그램으로, 스포트 뉴스로, 또는 노래로, 드라머로까지 수없이 우리 귀에 들려왔고, 들리고있다.
드디어 지난9일에는 텔리비전이 본격적으로 전야축제를 벌였다. 호화찬란한 다각도의 연출로 한강축제를 기획한 것이었는데, 황금같은 시간할애며, 동원인원의 규모며가 엄청났다. 노래와 축시와 해설을 통해 끊임없이 『한강』 이란 고유명사가 들려온다. 그러나 내 귀에는 『한강』이 『항강』으로만 들렸다. 나는 『틀리는군』 『또 틀리네』를 속으로 연발했다.
어이하여 외국어인 영어를 할 때는 한 예로 『TH』 발음은 혀가 아래 윗니 사이에 살짝닿는 등하게 하라는등 까다롭고 힘들게 강조하면서 왜 우리말의 니은(ㄴ)발음에는 그렇게 무신경 한 것일까.
한강물의 오염도 상당부분 정화되었다고 하니, 이제는 우리말의 오염도 하루속히 정화하여 명실공히 바르고 맑은 한강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몇 십년을 이역에 살다가도 귀국했을 때 옛 과 변함없이 우리말을 구사했었다. 실제로 나 자신이 아나운서를 하던 무렵 중국으로 미국으로 독립운동을 하며 떠돌던 분들의 말을 녹음한 것을 듣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들은 대부분이 혼이 담긴 우리의 말을, 고저장단 하나 틀리지 않게 연설을 하고 대화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현실은 어떤가.
얼마전 TV쇼프로의 젊은 여성사회자가 (그는 몇 년 미국유학을 갔다왔다고 했다) 『한강 종합개발』 이 발음이 잘 안된다며 『항강종합개발』 축제라고 하니, 이래서야 되겠는가. 자신의 말 한마디가 순식간에 전국에 퍼져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진다는 사실을 이들 텔리비전 프로그램의 말의 전달사들은 과연 얼마만큼 생각하며 말을 하는지 알고싶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한강』 은 『항강』 이 아니고 『한강』 이다. 이제는 말의 오염을 치료하자. 발음의 정확성은 물론 우리말을 더욱 아름답게 갈고 다듬고 풍부히 하는 노력도 함께 기울이자. 말은 우리의 정신이고 영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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