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에 불만 커져"…미 CSIS 북한 주민 상대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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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양강도 해산시 압록강변 마을 주민이 재래식 화장실에 퍼온 인분을 채소밭으로 옮기고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5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CSIS는 최근 북한 내 9개 도 주민 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부족한 식량배급, 시장활동 금지, 정부에 대한 분노 증가’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CSIS의 리사 콜린스 연구원은 4일(현지시간)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 내부에서 여러차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경력이 있는 단체에 조사를 위탁했다”며 “해당 단체와 응답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CSIS가 설문조사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 내부에서 이 같은 조사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라고 CSIS는 밝혔다.

CSIS는 이번 보고서에서 배급, 시장활동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공개했다. 주민들은 ‘사회주의 낙원’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 생존을 위해 배급제에 의존하지도 않으며 정부가 경제활동을 방해할 때 가장 큰 분노를 나타내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응답자 가운데 상당수가 2009년 11월 단행된 북한 화폐 개혁 당시 가장 분노했다고 밝혔다고 CSIS는 전했다.

북한의 경제 문제와 관련, “공공배급제가 양질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을 제공해 주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가운데 “그렇다”고 대답한 주민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당국의 어떤 행동에 가장 반감을 갖는가?”라는 질문에 “장사 밑천을 보안서에 빼앗겼을 때”, “일반 서민들의 생활은 누구도 돌보지 않기 때문에”, “장사죄로 교화소에 가게 돼”, “강압적인 노력 동원, 세외 부담, 노임 미달”, “재산 몰수, 교화소 수감”, “배급 중단과 세외 부담”, “생활상의 불편, 정전과 수돗물 단절” 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이번 설문조사는 평양시, 청진시, 무산시,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 황해남도, 강원도, 량강도에 거주하는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나이는 28세부터 80세까지, 성별은 남성 20명과 여성 16명이다. 직업은 의사, 이발사, 공장 노동자, 주부 등으로 다양하다고 CSIS는 밝혔다.

CSIS는 비공식 시장, 물물교환, 외부정보, 통일 등에 대한 조사 결과도 취합해 공개할 예정이다.

김백기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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