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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물리학상 수상? 엉뚱한 실험서 뜻밖의 성과 얻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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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실패한 연구는 없다. 영국에서는 원래 하려던 연구에서 벗어난 결과를 얻어도 그것대로 의미를 인정하고 지원해준다. 처음 생각한 것과 다른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게 과학연구가 주는 진정한 흥미다.”

노보셀로프 맨체스터대 교수
“한국 사회 지나치게 노벨상 집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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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한해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강연한 콘스탄틴 노보셀로프(42·물리천문학부·사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의 말이다. 지난달 UNIST 특훈교수로 임명된 그는 2004년 안드레 가임(58)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와 함께 신소재인 그래핀을 발견한 공로로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래핀은 연필심에 사용되는 흑연의 한 층으로 탄소 원자로 이뤄져 있다. 두께가 0.2nm(나노미터·10억분의 1m)로 얇아 투명성이 높고 열·전기전도성이 좋은 데다 강철보다 200배 강하면서도 잘 휘어져 ‘꿈의 소재’로 불린다. 두 교수는 흑연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뗐다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그래핀을 분리해냈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노벨상을 받을 당시 36세로 1973년 이후 최연소 수상자였다.

그를 만나 30대에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독특한 교육을 받지 않았고 특별한 면이 전혀 없다”면서도 “학생 때부터 17년째 금요일이면 연구실을 벗어난 다른 공간에서 엉뚱한(crazy) 실험을 하며 뜻밖의 성과를 얻곤 했다”고 말했다. 노벨상을 안겨준 그래핀 발견도 엉뚱한 실험에서 얻은 뜻밖의 성과였다. 가임 교수의 반자성 부상(자기장에 놓인 물체가 자성에 반발하는 힘으로 떠오르는 현상)을 입증한 ‘나는 개구리’ 실험도 ‘금요연구’에서 탄생했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외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오는 것은 과학연구의 역사가 길기 때문이다. 한국은 역사에 비해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과학자 중에서 김필립 미국 하버드대 물리학과 교수가 노벨상 유력 후보로 꼽힌다’고 하자 그는 “특정인을 언급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김 교수 역시 그래핀 분야 전문가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한국 학생들이 획일적 사고를 한다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함께 연구했을 때 창조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과학자들은 그렇지 않은데 한국사회와 언론이 지나치게 노벨상에 집착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그래핀에 대해 “이미 터치 패널, 웨어러블 기기 등 여러 분야에 사용되고 있으며 몇 년 안에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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