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개방의 그늘 부각한 사회드라머|영화 『립스틱』을 보고 김종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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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유혹적인 여자와 입술이 클로스업되면서 시작되는「라몬트·존슨」 감독의 『립스틱』(76년작) 은 만연된 성개방 풍조 속에서도 순결을 지키려는 고통스러운 싸움이 있음을 확인시킨 일종의 사회드라머라고 할수있다. 그만큼 주체가 강하다.
문호 「어니스트·헤밍웨이」의 둘째 손녀인 모델 출신「마고」와 막내인 「마리엘」자매가 극중에서도 역시 자매로 출연한 이 영화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캘리포니아해안을 무대로, 성폭력에 의해 희생된 피해자가 순교적신념으로 범죄를 척결하려는 집념을 부각해 나간다.
불합리한 재판제도와 법의 맹점을 비웃듯 악마와 같은 미소를 짓는 범죄자를 죽일수 밖에 없었던 한여성의 절규가 탈지면처럼 화면에 흡수된다. 그러나 사회정의는 결국 그녀를 용서하기에 이른다.
「크리스」 (「마고·헤밍웨이」는 관능적인 립스틱 광고로 유명한 인기모델이다. 사건은 젊은 연주자극 「크리스·새란든」)에 의해 그녀가 변태적인 성폭력을 당하면서 비롯된다. 충격을 받은 「크리스」 는 유능한 여성 변호사「앤·밴크로프트」에게 소송을 의뢰하여 법정에 서지만 피고의 교묘한 거짓진술에 말려들어 패소하고 만다.
기세가 오른 피고가 이번엔 여동생 「마리엘·헤밍웨이」 마저 짓밟자 분노한 나머지 그가 모는 차를 향해 충격을 가한다.
이 영화의 압권은 여주인공 「크리스」 가 자기 자매를 범한 청년에게 보복하는 후반부 클라이맥스였다. 이미 여러 발이 발사되어 총탄이 없는 빈 방아쇠를 계속 당기는 그녀의 분풀이를 보며 많은 여성관객들은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앤·밴크로프트」의 열연이 절정을 이룬 마지막무죄변론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여주인공이 법정투정을 결성한후 한 쇼트로 처리한 폐차장의 영상적 암시 (범죄척결) 를 제외하고는 「존슨」 감독의 터치는 대체로 서술적이다.<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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