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의 문화시대」 열때가 왔다|사회학회 86학술대회 주제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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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급변하는 한국사회와 문화양상에 대한 다양한 진단이 나왔다.
임희섭교수(고려대·사회학)는 지난달29일 열린 한국사회학회 86년도 학술대회 (주제「한국사회의 발전과 문화」)에서 『한국문화는 정의 문화에서 힘의 문화로 변동해왔으며 이제 이성의 문화를 지향할 때』라고 지적했다.
임교수는 정적 유대를 존중한 전통사회를 지나 『구한말에는 개화, 일제하엔 독립, 해방후엔 민주화, 60년대 이후엔 산업화를 「발전목표」로 추구한 결과 80년대의 한국사회는 산업사회·시민사회·도시사회로 급변하면서 그 문화는 「힘의 문화」로서의 성격을 띠게 됐다』고 주장했다.
임교수는 그러나 「힘의 문화」는 이제 전환기를 맞고있다고 진단했다. 금력·권력·학력을 통해 출세를 지향하는 삶의 양식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노미현상과 계층간의 불평등, 상대적 박탈감을 일으켜 사회적갈등을 심화시키고 있으며,『이제 한국문화는 힘과 힘의 대립을 이성으로 극복하는, 「이성의 문화」 시대를 열때』라고 주장했다.
전병재교수(연세대·사회학)는 사회발전을 경제발전·정치발전·문화발전의 세 차원에서 접근하면서, 경제발전은 적정화의 논리에서, 문화발전은 극대화의 논리에서 추구돼야 함을 강조했다. 또 정치발전도 그 자체의 가치를 추구하는게 아니라 경제발전·문화발전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수단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최재현교수(서강대·사회학)는『80년대 군·산 복합의 성장우선주의 전략집단과 민중주의 전략집단간의 대립이 크게 대두되고있다』고 지적했다. 그는『군·산복합의 전략집단은 사회의 양적팽창과 대외개방을 어느정도 성공시켰으나 정치권력 자체가 갖는 정당성의 기반이 약화됨으로써 설득력에 한계를 보이고있는 반면 민중주의 전략집단은 민중의 강렬한 에너지를 집합하는데는 성공했으나 체제수정의 방향과 논리에 내부적인 부조화를 보이고 있다』 고 진단하고 『앞으로의 변화는 이들 두 전략집단간의 대립이 어떻게 해소·수렴되는가에 따라 좌우될것』 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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