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식중독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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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름철 계절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식중독사고가 잇달아 집단적으로 일어나 식품위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지난 18일 아시안게임 자원봉사요원 60여명이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가 제공한 도시락을 먹고 집단식중독을 일으킨 데 이어 27일에는 역시 아시안게임 선수급식요원(요리사)들 28명이 교육 도중 선수촌 운영본부가 나눠준 도시락을 먹고 식중독을 일으켜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28일에는 부산에서 시장상인들 이 회의를 하다가 먹은 우유와 크림빵 등에 의해 1백50여명이나 집단적으로 식중독을 일으켰고, 이튿날인 29일에는 구미공단 여공들 1백여 명이 역시 식중독을 일으켰다. 불과 열흘사이에 4건의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0년 동안 식중독 환자가 1만5천여 명이 발생, 이중 1백40여명이 사망했다.
이 같은 사고의 연발은 우리의 식품위생 수준이 어느 위치에 와 있는가를 가능할 수 있는 산 증거다. 집단 급식소의 조리실이나 외식산업에 종사하는 업소들이 외형적으로는 제법 그 환경이나 시설이 위생적인 형식을 갖추는데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이 개선된 환경과 설비를 이용하여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이나 유통 및 보관상대가 완벽하지 못하고 비위생적인 요인이 제거되지 않고 있다는 일면이 이번 식중독 사고의 연발에서 노출된 것이다.
우리가 일상 식생활에서 무균 식품을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은 식품과 공존하는 환경에 분포돼 있어 조리과정이나 보존방법에 결함이 있으면 세균이 갑자기 증식, 식중독위험을 가져온다.
식중독을 예방하려면 우선 식품제조업이나 조리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철저한 위생관념과 위생관리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식품재료의 선택으로부터 조리기구와 보관설비의 위생적 관리를 통해 세균의 오염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일단 균이 오염됐다 할지라도 이것이 증식되는 것을 억제시켜야 한다. 오랜 시간 동안의 실온보관은 위험하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들은 섭씨 55도 전후에 두면 대부분 사멸하거나 증식을 중지하므로 이러한 조건을 갖춘 보관시설이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열 조리로 모든 균이 죽는 것은 아니다. 가열 후에도 재 오염으로 식중독의 원인이 되고 ,장염비브리오 같은 균은 증식속도가 매우 빨라 조리 후 6시간 이내에 먹어야 안전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따라서 식품취급업소는 완벽한 위생설비와 철저한 위생관념이나 이에 대한 지식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눈으로 보거나 냄새를 맡아보고 괜찮다고 판단해 버리는 원시적 식품관리로는 식중독사고를 막을 수 없다.
생활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됨에 따라 외식이 늘어나고 있으므로 식중독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날로 높아가고 있다. 게다가 식품업소나 가정의 주방위생 역시 외형적인 개선에 그치고 있어 이에 대한 교육과 계몽도 절실하다.
불과 20여 일을 앞둔 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의 출입이 많아질 것을 예상하면 식품위생에 관한 철저한 관리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하겠다. 비단 외국인에 대한 국민위생의 체면손상만을 걱정해서가 아니다. 이제 우리도 세균에 오염된 음식을 먹고 병을 앓거나 목숨까지 잃는 창피한 수준은 벗어나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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