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폐지 합헌, 내년이 마지막 시험…헌재 “로스쿨, 약자 배려 장치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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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사시)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내년이 끝이다. 헌법재판소(소장 박한철)는 29일 사시를 폐지하는 변호사시험법 부칙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재판관 5(합헌)대 4(위헌)의 의견으로 사시 수험생들이 낸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1963년부터 실시된 사시는 사시 존치 입법이 없다면 내년 2차 시험이 마지막 시험이 된다.

사시 수험생들은 “변호사시험(변시)은 로스쿨을 졸업해 석사학위를 취득한 사람만 볼 수 있어 사시가 폐지되면 직업선택의 자유와 공무담임권, 그리고 평등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박한철 소장 등의 다수의견은 “사시 폐지와 로스쿨 도입은 입법부·사법부·행정부는 물론 거의 모든 이해 당사자가 오랜 논의를 거쳐 도출한 사법개혁의 결과물이다. 사시 병행은 법학교육 부실화와 국가 인력 낭비 등 사시의 폐단을 극복하려는 사법개혁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로스쿨 비용 관련 논란에 대해 다수의견은 “경제적 약자가 법조인이 되기 어려워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국가는 법조인 양성을 위한 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로스쿨은 장학금 제도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지원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어 사시 폐지로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지금은 새 제도가 도입 취지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을 때”라고 의견을 냈다.

이진성·김창종·안창호 재판관은 “사시의 폐해는 응시 횟수를 제한하고 합격률을 높여 최소화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할 다른 수단이 있는데도 폐지하는 것은 사시 수험생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로스쿨만 두면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법조계 진입이 불가능해질 수 있어 두 제도를 병행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용호 재판관은 기회 개방성, 선발 공정성, 실무 교육 질 등에서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체제’가 로스쿨보다 우수하기 때문에 사시 존치가 옳다는 독자적 반대의견을 냈다. ‘사시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은 헌재 결정 직후 “불공정한 로스쿨로만 법조인을 선발케 하는 변호사시험법에 대한 합헌 결정은 매우 유감이다. 강력한 사시 존치 입법 운동을 펼치겠다”는 성명을 냈다.

한편 헌재는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로스쿨 졸업 후 5년 이내에 5회까지로 제한하는 변호사시험법에 대한 일부 로스쿨 졸업생들의 헌법소원을 합헌 취지로 각하했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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