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유리하던 상원선거, 7개 주서 경합 예측불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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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달 중순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에게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공화)은 “법은 우리(의회)가 바꾸는 것이지, 법이 바뀌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1976년 지미 카터 후보가 미군 철수를 거론했지만 대통령이 된 뒤 무산된 것도 의회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란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11월 대선 때 상원 34명 동시 선출
반트럼프 공화당원들 다시 결집
민주당 다수당 탈환 불확실해져

이 발언은 미 의회가 갖는 권한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보여준다. 대다수 주요 정책은 의회의 입법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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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미 대선뿐 아니라 같은 날(11월 8일) 치러지는 하원의원 선거(435명 전원), 상원의원 선거(총 100명 중 3분의 1인 34명 교체)의 결과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의회에서 다수당이 될 것인지. 혹은 여소야대가 될 것인지에 따라 차기 대통령의 집권 후 정책 추진력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 북한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한국으로선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 못지 않게 의회 선거의 향배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현재 미 하원은 민주가 188석, 공화가 247석을 차지하고 있다. 상당한 격차다. 지난 8월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인기가 바닥을 칠 때만 해도 “하원도 민주당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율 격차가 거의 없어지면서 분열됐던 공화당 조직이 트럼프로 수렴됐다.

그 결과 최근에는 대다수 하원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것이란 분석이 압도적이다. 선거분석기관인 일렉션프로젝션은 27일 “하원에선 공화당이 현 의석에서 13석을 잃기는 하지만 ‘공화 234석 대 민주 201석’으로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반적으로 임기 2년인 하원의원의 경우 상원에 비해 새로 출마하는 후보들의 지명도가 낮기 때문에 현직 의원의 재선 가능성이 90%에 이른다.

결국 관건은 50개 주에서 2명씩 뽑는 상원이다. 이번 선거에서 상원은 총 100석 중 3분의 1을 새로 선출하며 34석이 교체 대상이다.

현재 상원 구도는 공화 54석 대 민주 46석. 한달 전만 해도 뉴욕타임스는 “현재 10곳 정도가 초박빙 지역인데, 네바다주를 뺀 나머지가 모두 공화 현직 지역이라 민주가 과반을 차지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불과 한달 사이에 바람이 확 바뀌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5일 “한달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 후보가 앞서던 플로리다·오하이오·미주리주 등에서 공화당 후보가 승리를 굳혀가고 있고 20%포인트 이상 뒤지던 인디애나주도 5.5%포인트로 격차가 줄고 있다”며 “상황은 민주당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는 트럼프에 반감을 갖던 공화당 지지자 상당수가 “그래도 힐러리보다는 트럼프가 낫다” “트럼프는 트럼프고 공화당은 공화당”이라는 인식이 선거 막판으로 오면서 급속히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5차례의 대선에서 상원에서 다수당이 바뀐 것은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이 큰 승리를 거둔 1980년 단 한차례에 불과하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현재 공화 47석, 민주 46석은 굳어진 상태이며 경합을 벌이고 있는 7곳의 향배에 상원 다수당이 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지니아대 부설 정치연구소의 래리 사바토 소장은 “공화 49석과 민주 47석은 정해졌고 경합주는 4곳(인디애나·펜실베이니아·뉴햄프셔·네바다)으로 줄었다”고 예측했다. 한마디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백병전이다. 어느 쪽이 이기건 51대 49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고, 경우에 따라서는 50대 50 무승부로 끝날 공산도 크다는 것이다. 의석이 동수일 경우 집권당이 상원 다수당이 된다. 부통령 러닝메이트가 상원의장을 겸하게 돼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기 때문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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