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동의없이 정신병원 강제입원 못시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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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는 조건을 규정한 정신보건법 조항이 헌법정신에 어긋난다는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9일 정신보건법 24조 1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법규를 정비해야 하고 그때까지는 현행법이 인정된다.

헌재, 전원일치 헌법불합치 결정
“구체적 기준 없어 남용 가능성”
내년 5월 새 법 시행 때까진 현행 유지

이 조항에 따르면 배우자 등 보호의무자 2명과 정신과 전문의 1명의 동의만 있으면 정신질환자를 6개월간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고, 6개월마다 기초자치단체 산하 정신보건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입원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A씨도 2013년 11월 자녀들에 의해 경기도의 한 정신병원에 강제로 보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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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강제 입원은)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정신질환자 본인과 사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제도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그러면서 “현행법에는 입원이 필요한 정신질환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어 정신과 전문의의 소견만 있으면 누구나 강제 입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호의무자 중에 부양의무를 피하고 재산을 빼앗기 위해 강제 입원을 악용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입원 필요성 판단을 전문의 1인에게 맡겨 남용 가능성을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악용 사례에 대한 보도와 논란이 계속되자 국회는 지난 5월 정신보건법을 전부 개정했다. 강제 입원을 시키려면 소속이 다른 2명 이상의 전문의 진단을 받아야 하는 등 보다 치료 목적에 부합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이 법은 내년 5월 30일에 시행된다.

이날 헌재는 1989년에 폐지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에 영향을 미칠 염려가 있거나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와 시위’ 또는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집회와 시위’를 전면 금지하는 조항에 대해서다. “어떤 집회·시위가 규제 대상인지 판단할 기준이 없다” 등의 이유에 따른 결정이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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