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오연원 총무원장의 사퇴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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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불교 조계종은 22일 오연원 총무원장의 갑작스런 사퇴로 2년여동안 종단 중추신경 역할을 유지해온 오원장체제의 총무원이 일시에 와해됐다.
사퇴의 직접적인 배경은 종회를 무대로한 일부 재야승려들의 거센 종권 도전과 최근 총무원 청사내에서 일어났던 승려들간의 「폭행사건」에 대한 도의적 책임으로 압축된다.
두차례 종회에서 「시도」로만 끝나버린 일부 재야의 종권 도전은 이번 임시 중앙종회(25∼26일) 소집 벽두부터 소집장소를 둘러싸고 종회측의 해인사 강행과 총무원측의 관례적인 서울 조계사 불교회관 고수가 맞서 본격적인 대결을 시작했다.
재야측은 종회소집 장소를 해인사로 공고하고 「불교재산관리법」 개정 요구등을 표면상의 명분으로 내세워 30일엔 아예 전국승려대회까지 열겠다고 기세를 올렸다. 이에대해 총무원측은 자파 종회의원들의 해인사 종회 반대서명을 받고 종회장소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해인사 총림의 임회 결의를 얻어냈다.
한편 일련의 총무원 청사내 승려간 백주폭행사건은 지난 주말 해남 대흥사 주지와 규정부 승려들간에 일어났고 이보다 앞서 봉선사 간부 승려와 규정부 승려들간에도 있었다.
이밖에도 오원장이 지난봄 임시종회에서 겸임중인 총무원장과 동국대 이사장직중 하나를 금년 상반기까지 내놓겠다는 의사를 밝힌 시사적인 「약속」과 종권다툼을 일삼는 고질적인 종단 풍토병도 이번 사퇴의 배경이 되고있다.
조계종단 관계자들은 『부처님이 다시 살아와서 총무원장을 맡아해도 법정 임기 4년을 채우지 못할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은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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