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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에 반전…긴장 속에 "개봉"|민정당직 개편과 당사 주변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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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3개월 간 말도 많았던 민정당 당직개편은 발표직전까지도 그 폭과 예상후보자들에 대한 하마 평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호구 속에 결국 23일 상오10시30분쯤 뚜껑이 열렸다.
노태우 대표위원은 이날 일괄사표 제출이 있은 중집 위를 끝낸 후 담담한 표정으로 상오9시45분쯤 청와대로 출발.
35분 후 노 대표는 심명보 대변인에게 직접 당사로 전화로 확정된 개편내용을 통보.
이를 심 대변인이 10여분간 받아 적은 후 기자실로와 발표.
이번 개편에서 당 핵심요직인 4역은 대체로 노태우 대표의 의중대로 된 듯.
사무총장에 기용된 이춘구 의원은 노 대표가 내무장관으로 있던 시절 내무차관으로 1년여 같이 근무해 그의 야무진 일솜씨를 눈 여겨 두고 있었다는 것.
최근 노 대표는 측근에게『사무총장은 매서운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했는데 이 총장에게 당무를 많이 위임하겠다는 의사로 풀이.
당 사무국 직원들은 벌써부터 한바탕 기강확립 단련이 시작될 것 같다고 걱정들.
이한동 총무는 지난해 8월 학원 안정법 파동으로 전격 교체됐을 때 노 대표가『연말까지 기다려 보라』고「자리」약속을 했었는데 실현되지 못해 느끼고 있던 부담을 이번 개편에서 씻은 것이라는 평.
일부에서는 이 총무의 경직성 매너 때문에 대야정책이 강화되는 게 아니냐고 추측.
중앙위원장으로 등용된 임방현 의원은「보수 대연합」이라는 표현을 쓰도록 노 대표에게 제의하는 등 몇 가지 아이디어와 식견으로 노 대표의 눈에 들었다는 얘기.
장성만 정책의장이 유임된 것은 2·12 총선의 부산참패에 항상 신경을 써 온 당이 부산지역을 특별히 배려한 때문이라는 것.
총재비서실장의 정동성 의원과 사무차장 김태호 의원은 당내에서는 좀 의외라는 표정들인데 정 의원은 당 지도 노선에 비판적이었고, 김 의원은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냈다는 점에서 당총재의 의중이 반영된 케이스라는 관측이다.
당직개편을 위한 청와대요담을 끝내고 상오11시30분쯤 당사에 돌아온 노 대표는 이때 이춘구 신임 사무총장과 함께 집무실에 들어가 기자들의 질문에 응답.
이에 앞서 기자실에서 인터뷰를 하던 이한동 신임 총무·임방현 신임중앙위의장 등 이 집무실로 올라가 노 대표와 악수를 교환. 이 총무는 노 대표의 격려에『열심히 하겠습니다』고 다짐.
뒤이어 유임된 장성만 정책위의장도 노 대표에게 인사.
노 대표는 기자들을 향해『여러분이 아무리 맞히러 해도…』라며『어제까지는 2∼3배의 복수상태였다』고 설명하며 미소를 지었다.
노 대표는『이번 인사의 배경이 무엇이냐』는 질문에『어떤 일이 있더라도 합의개헌을 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여망을 실현하기 위해 당력을 증폭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
노 대표는『당의 원로나 전직 당직자 등의 능력을 놀려서는 안되고 십이분 발휘할 수 있게 해 국민여당을 반드시 실현시켜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번 당직개편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부연.
노 대표는『중집 위 운영과 관련, 지난해에도 활성화 노력을 많이 기울였으나 목표한 바에는 미달했다』고 밝히고『앞으로는 최대한 활성화시켜 나가겠다』고 강조.
노 대표는『이렇게 해야만 당의 모든 능력과 경륜과 두뇌를 에너지 화 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
일괄 사표제출을 위해 23일 상오 당사에서 열린 민정당 중집 위는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40여분간 계속.
노태우 대표위원은『그동안 당직개편을 둘러싸고 추측보도로 인해 여러분들이 심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알며 본인도 마음이 아팠다』고 피력.
노 대표는 제5공화국 제1기를 영광스럽게 매듭짓고 개헌정국을 주도하기 위해 당내 많은 인사의 의견을 들어왔는데 그 결과 당의 새로운 모습을 국민 앞에 내놓을 단계에 왔다고 본다고 개편의 배경을 설명.
이상익 중앙위의장은『국민이 우리에게 더 큰 기대를 걸고 신뢰할 수 있도록 당 체제를 정비하고 대표 위원이, 원활하게 정국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일괄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동의.
정순덕 사무총장은『개헌정국에 대처, 우리가 이길 수 있도록 당의 역량을 한곳으로 집중해야 할 때』라며『대표위원을 중심으로 당 체제를 갖출 수 있도록 우리 각자의 역할을 스스로 찾아서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분발을 촉구.
정 총장은『지금까지는 하향식으로 내려왔으나 이제는 밑에서부터 지도자를 만들어 나가면서 정권창출을 기해야 할 때』라고 역설.
참석자들은 사직서를 써낸 뒤 잠시 각자의 의견을 개진.
△김정남 위원=인사쇄신을 한다고 하면서 왜 이렇게 오래 끌어 고통을 줄 필요가 있느냐. 앞으로 이 같은 인사는 없도록 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인사를 해야겠다.
△노 대표=김 위원 말은 일리가 있다. 앞으로는 진지한 토의 과정을 거쳐 당론을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각자가 반성할 점도 많다고 본다. 외부에서 우리의 책무를 지켜보고 있는데 능력을 십분 발휘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이치호 위원=실세화의 기준이 무엇이냐. 당직개편을 오래 끌어 당직자의 사기를 저하시키거나 고통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라.
△윤석순 위원=헌법 개정도 중요하지만 정치를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한 표를 얻기 위해 갖은 애를 쓰는데 사건이 터졌다면 대형사고여서 1만 표, 5만 표 씩 떨어지니 죽을 지경이다. 현행헌법에 잘못이 있었다기보다 우리가 그동안 정치를 잘못한 게 아니냐.
노 대표가 21일 청와대에 올린 안은 2, 3배수대상인물을 추천했다는데 △사무총장에 이춘구 의원과 이대순 사무차장 △원내총무에 이한동·권정달 의원 △정책위의장에 나웅배 정책조정실장·임철순 국책연구소장△중앙위의장에 유학성 의원과 이상익 현 의장△정책조정실장에 정선호·강경식 의원△사무차장에 이대순 현 차장·허청일 의원 △대변인에 심명보 현대변인 등으로 알려졌다.
단수추천은 심 대변인뿐이었다는 것으로 심 대변인 만한 다른 인물을 물색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중앙위의장으로 거론된 유학성 의원은 국회외무위의 아이슬랜드 친선방문단으로 출국하려 했으나『기다려 보라』는 전갈 때문에 출국을 미뤘지만 22일 출국허락이 나서 당직개편에서 빠졌음을 알았다는 소문도 있다.
노 대표는 21일 청와대 방문이후 보안유지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측근들 지적에『내가 말 안 하는데 누가 알아』라며 함구로 일관했는데 23일 상오 인선에 관한 보도의 정확성을 묻는 기자들에게『헛 다리를 짚고 있더군』이라고 논평.
노 대표는 18일부터 2, 3일간 일정을 짜지 말라고 측근들에게 지시, 18, 19일 이틀 간「구상시간」을 가졌는데 20일 하오 모처에서 정순덕 총장과 1시간 여 동안 자신의 구상을 밝히고 협의했으며 이 자리에서 정 총장은 사의를 강력히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직개편 발표가 있었던 23일 상오 개편방향에 관해 노 대표의 구상과는 다른 보도와 소문이 나돌아 한때 혼선.
이 소문에 따르면 노 대표의 지도노선에 비판적인 이른바「4인 방」또는「친위대」라고 불리던 인물들이 당 요직에 기용되는 것이 확정적이라는 것.
대표 위원 실 측근에서도『도대체 어떤 영문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는데 한 소식통은『당직 개편을 싼 여권내부의 갈등이 표출된 것이 아니냐』고 했고, 이에 따라 노 대표의 인사구상이 퇴짜를 맞았다는 등 온갖 소문들이 난무.
그러나 다른 측근은 노 대표가 청와대로 올라가기 직전『소문대로 된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단정적으로 부정했는데 이것은 이 소문을 들은 노 대표가 상당히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직접 부인하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라는 후문. <이수근·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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