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는 신인 조한선 "목표? 당연히 할리우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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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하다는 건 그만큼 무르익을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조한선(22). MBC 시트콤 '논스톱Ⅲ'로 연기자의 세계에 접어든 지 1년이 채 못된 '될 성부른'신인이다. 당돌함과 겸손함, 솔직함과 내숭, 날라리 기질과 진지함 등 좀처럼 공존하기 힘든 두 얼굴이 천연덕스러워 연기자로서 가공 안된 원석 같다. 연기력이 미처 검증되지 않은 신인으로 내달 방영될 MBC 새 미니시리즈 '좋은 사람'의 주연을 당당히 따낸 것도 바로 이런 열린 가능성 때문이지 싶다.

인터뷰 약속에 나타난 조한선은 데뷔 이후 언론이 붙여준 '제 2의 정우성' '터프가이''꽃미남 스타' 등의 수식어가 실제의 자신과는 거리가 멀다며 툴툴댔다. 보여주지 못한 게 너무 많고, 스스로 어떻게 변해갈지 종잡을 수도 없기 때문이란다. 그의 말마따나 딱 한마디로 규정짓기 힘든 조한선의 다양한 얼굴들을 훔쳐봤다.

# 당돌함

지난해 8월 '논스톱Ⅲ' 제작진은 모 자동차 광고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모델 조한선을 시험 삼아 게스트로 출연시켰다. 그때 출연자 대기실에 나타난 그는 '선배' 출연자들의 호기심 어린 눈초리에 아랑곳 않고 중앙에 놓인 소파에 다리를 떡 벌리고 기대앉았다.

다른 신참들이 대기실 분위기가 낯설어 한동안 출입문 옆에 어색하게 서 있던 것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모습이었다. 어이없다는 듯 '민용' 역을 맡는 최민용이 말을 건넸다. "인생 참 험하게 사셨나 보네."

연기 경험이 전무한데도 전혀 떨지않는 모습을 보인 끝에 조한선은 곧장 '논스톱Ⅲ'의 고정 멤버로 합류하는 쾌거를 올린다. 모델에서 연기자로의 전환이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시트콤 연기는 연기라기보다는 노는 것"이라며 "그냥 카메라 앞에서 잘 놀려고 애썼다"고 했다.

이런 대담함은 어디서 나온 걸까. 그가 중학교 2학년부터 대학교 2학년까지 축구선수, 그것도 골키퍼로 뛰었다는 사실을 듣고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골키퍼는 공이 날아와도 절대 눈을 감으면 안돼요. 공에 맞아 죽는 한이 있어도 똑바로 쳐다봐야죠." 배짱과 담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그저 노는 것'에 불과한 시트콤 연기만 하다가 '좋은 사람'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연기를, 그것도 연기파로 꼽히는 신하균을 상대하는데 조금은 겁나지 않을까. "왜 부담스럽지 않겠어요? 그런데 하균이 형도 마찬가지예요. 영화 아닌 드라마는 그 형도 처음이거든요."

# 솔직함

잘 나가던 축구선수가 어쩌다 모델이 됐을까. 골키퍼를 주인공으로 한 광고를 준비 중이던 모 맥주사에서 대학 축구팀을 돌다가 조한선을 점찍었단다. 이후 부상으로 운동을 쉬다 아예 모델로 방향을 바꿨다. 그간 찍은 광고가 벌써 꽤 여러 편이다.

요즘은 TV를 틀면 피자를 베어물거나 아이스크림을 떠먹고, 휴대전화에 소리를 질러대는 갖가지 광고 속 조한선을 만날 수 있다. 돈도 꽤 벌지 않았을까.

"학생 때 찍은 광고는 남 좋은 일만 시킨 셈이에요. 저는 한 푼도 못받고 다 학교로 돌아갔으니까요. 지금요? 물론 많이 챙겼죠. 편찮으신 아버지 대신 혼자서 저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하신 어머니께 집 사드릴 거예요."

돌연 튀어나온 효심 가득한 대답에 감동해 '착한 아들이었나보다'고 치켜세웠다. 그랬더니 그는 대뜸 "아녜요. 많이 놀았어요"한다. "운동할 때 하도 너무 힘들고 맞는 게 싫어서 가출도 여러 번 했어요. 원래 운동선수들이 나쁜 건 더 먼저 배워요. 하지만 이제 정신차렸어요."

# 진지함

'좋은 사람'에서 그가 맡은 역은 3류 양아치에서 형사로 변신하는 '강태평'. 원래 형사 아들이었는데 운명의 장난으로 악당의 아들인 '박준필'(신하균 분)과 처지가 뒤바뀌는 바람에 고아원을 전전하며 자란다. 나중엔 역시 형사가 되는 준필과 동료이자 라이벌로 티격태격하며 범죄 소탕에 나선다.

조한선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연기 잘하는 배우로 거듭나고 싶다고 한다. "영화 시나리오도 몇 개 받긴 했는데 우선은 연기가 된다는 평가를 받는 게 급선무예요. 그러고 나면 김정은씨랑 로맨틱 코미디 영화 한번 찍어보고 싶어요."

축구선수-CF모델-시트콤 연기자-드라마 주연-영화배우. 조한선의 다음 목표는 뭘까. "당연히 할리우드행이죠. 돈이든 스태프든 완벽한 조건에서 연기하는 운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글=신예리,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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