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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고 찌르고 공포의 룸살롱 30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심야 영동 유흥가와 룸살롱은 느닷없이 칼잡이들의 난투극으로 피로 얼룩졌다.
피살된 고룡수씨(28)등 일행 7명이 지하 룸살롱 서진회관에 들어선 것은 이 일대 유흥가 영업 피크타임인 밤10시30분쯤.
이들은 8·15 특사로 출소한 고씨를 환영하기 위한 술자리를 갖기 위해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던 중 일행중 이왕규씨(29)가 평소 선배로 모시는 박태호씨가 전무로 있는 서진회관에 들어가 화장실앞 외진 .l7호실에 자리를 잡았다.
고씨등 일행은 전무 박씨를 불러 『돈이 4만원뿐이니 패스포트 2병을 원가로 주고 안주는 공짜로 달라』고 주문을 한뒤 그동안 못나누었던 선후배의 정담을 나누었다.
10여분이 지나도 술이 오지않자 이왕규씨가 10m쯤 떨어진 카운터로 가 술을 독촉하고 있는 사이 일행중 숨진 주원섭씨(24)가 실내 전화로 특번 웨이터를 불렀다.
웨이터 권홍태씨(28)가 오자 고씨등 일행은 『자리가 비좁으니 넓은 방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으나 『손님이 많아 빈방이 없다』고 거절하는 등 시비를 벌이던 끝에 일행중 막내인 주씨가 오른손 주먹으로 권씨의 얼굴을 때려 코피가 터지는 등 온 얼굴을 피투성이로 만들어 버렸다.
피투성이가 된 웨이터는 바로 이 룸살룽의 단골인 범인 박성길씨(24) 등 5명이 술을 마시고 있는 16호실에 들어가 『옆방에 있는 깡패들에게 얻어맞아 이 꼴이 됐다』고 하소연을 했다.
이를 듣던 5명중 룸 한가운데 앉아있던 1명이 고개를 숙이면서 왼쪽 양말속에서 길이 40cm가량의 생선회칼을 빼들고 고씨 일행이 있는 17호실 앞으로 가 『여기가 어디인데 어떤 녀석이 웨이터를 묵사발했느냐』며 묻던 중 조씨가 오른쪽 손을 치켜들며 『이 손으로 때렸다. 어떡할래』하고 말하는 순간 생선회칼을 내리쳐 조씨의 오른손목이 덜렁거릴 정도로 잘라졌고 조씨는 비명소리를 지르며 카페트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비평소리를 들은 설씨등 3명이 뛰쳐나와 20여분동안 편싸움을 벌였으나 범인들은 모두 길이40∼50cm 생선회칼을 마구 휘둘러 그 자리에서 4명 모두가 온몸에 칼을 맞고 숨졌다.
범인들은 전무 박씨를 만나고 오는 이왕규씨가 현장을 보고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전화기를 잡자 『너는 누구냐』고 칼을 휘두르며 윽박지른 뒤 전화선을 끊고 이 난투극을 보며 벌벌 떨고 있는 술집 종업원·호스티스·손님등 40여명에게 『경찰은 골치 아프니 빨리 현장을 치우고 무조건 모른다고 하라』고 말한 뒤 피투성이가 된 4명을 끌고 비상계단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도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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