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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색문화가 파고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광복 41주년을 맞는 오늘의 한국 문화 현실은 진부한 일제 잔재의 타령보다는 새롭게 밀려드는 왜색문화의 범람으로 뜨거운 민족 주체의 각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의식주의 일상 생활을 통해 국민 대중 속 깊이 파고드는 일본 정신은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날로 심화하고 있는 자본·기술의 대일 의존에 이은 또 하나의 문화종속현상을 빚지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국교가 정상화된 마당에 쇄국적인 쇼비니즘을 앞세워 떳떳한 일본문화의 수용을 기피할 이유는 없겠지만 결코 국민정신 함양이나 문화교류에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 문제의 왜색문화에는 각별한 분별심을 갖고 취사선택 해야한다는 게 뜻있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오늘의 한국문화 현실속에 자리를 잡아가는 경계해야 할 왜색문화 풍조를 대표석 분야인가요·만화·종교등에 걸쳐 추적해본다.

<가요>
이제는 왜색가요 시비를 벌일 때도 넘어섰다.
일본가요가 그대로 흘러들어와 유행하고 있다.
지난 84년부터 「이쓰와·마유미」의 『고이비토요』(연인이여)가 주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었으나 이젠 중·고교생들에게까지 일본 가요가 파고 들었다.
얼마 전부터 일부 여중·고생들사이엔 일본 가수 「마치」「세이코」 선풍이 일었었다. 「마치」는 일본산대들의 우상가수 「곤도·마사히코」의 예명이며 「세이코」는 역시 일본 여가수 「마쓰다·세이코」의 예명.
대학가와 여중·고교생이 몰려있는 캠퍼스 부근의 레코드점에는 『긴기라 긴』 『천국의키스』등을 복사하려는 학생들로 붐비고 핀업용 대형사진을 구하느라 서로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일부 10대들의 이같은 유행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일단 일본가요의 직접 과급이 미쳤다는 데 심각성이 크다.
79년 부산에 처음 등장한 이후 우후죽순처럼 번지고 있는 소위 가라오케 술집. 나이든 기성 세대를 파고드는 가라오케 술집은 지난해부터 부쩍 늘기 시작해 이젠 서울 강남지역에만도 3백∼4백곳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만화>
일본풍이 크게 활개치는 분야의 하나는 단연 만화계. 만화가 다른 출판물이나 공연 예술과는 달리 비교적 규제의 사각지대로 처져 있는 탓에 일본만화에 대한 우리나라 만화가들의 무분별한 활용도(?)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성인만화는 물론 어린이 만화에 이르기까지 일본것을 모방한 것이 수없이 많다.
최근 영화로까지 제작된 『공포의 외인구단』의 화풍은 대표적인 일본풍이지만 한술 더떠서 일본말을 우리말로 고치기만 한 채 그림째 그대로 복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에 따라 일본만화의 주종을 이루는 재벌만화, 사무라이(무사) 만화, 프랑스풍 순정만화, 공상과학만화등이 거의 여과되지 않은 채 우리 만화로 둔갑,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잔인성, 성적 호기심, 허황된 영웅심리, 그릇된 출세욕등을 부채질할 뿐 아니라 일본식 사고방식까지 훈련(?)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또 국내 TV 만화영화가 대부분 「일제」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지난 82∼83년 말썽이 났던 TV만화영화 『은하철도 999』 『천년여왕』등이 대표적인데 그 이후 현재까지도 국내 TV에서 방영중인 대부분의 만화영화는 세계만화시장의 90%를 석권하고 있는 일본에서 만든 것이거나 미일 합작품이다.

<종교>
일본정신이 세칭 왜색종교를 통해 우리 대중속 깊이 파고들고 있다. 현재 한국내에 들어와 있는 일본종교는 부리교·일련정종·입정교정회등 20개 교파, 2백여만명의 신도수를 헤아리는 것으로 집계됐다(한국종교연구소통계).
이들 일부 왜색종교들은 최근 포교 기반을 굳히자 일본 천황가의 시조인 아마테라스오미카미를 상징하는 야타노 가가미, 일본의 호국신인 하치반 보사쓰등을 신앙대상으로 섬기며 이들 신을 모실 신각을 세우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련정종은 일본을 향한 동방 요배, 일본말로 나무묘호렌겐쿄를 외는 등 일본식 신앙의식을 그대로 이식, 수용하고 있다.
최근 대한천리교본부를 이탈, 별도의 한국천리교연합회를 구성한 천리교 경남 교구는 지금까지의 신앙 상징물인 감노대 대신 야타노 가가미를 신각에 모시겠다는 주장을 펴 일본 신사를 한국당에 다시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교조 일련을 부처의 현신으로 받드는 일련정종은 천조대신과 함께 팔번보살까지 섬기며 지난 6월에는 한국 일련정종의 대표 사찰인 서울 대한사 강호보 주지(33·일본명 동본령도)가 신도성금 2천만원을 일화로 바꿔 일본에 빼돌리려다 적발돼 불의를 빚기도 했다.
치병을 앞세워 서민층을 파고든 이들 일본 종교가 지닌 또 하나의 문제점은 직접·간접으로 일본본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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