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만 3지 타고 포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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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애당초엔 넷이 있었다. 이제는 둘뿐이다.』비즈니스위크지가 최신호(8월11일자)에서 다룬「한국과 대만이 정말로 포효하고 있다」라는 기사의 첫머리다.
저 유가·저금리, 특히 엔화강세로 인해 한국과 대만은 이제 한때 경쟁상대국이란 홍콩과 싱가포르를 따돌리고 놀랄 만한 경제적 과실을 따고 있다는 내용의 이 기사는 다분히「어르고 뺨치기」식의 냄새가 나지만 미국 쪽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라 간단히 옮겨 본다.
24%라는 수출신장률에 힘입어 한국은 올 상반기 11·1%의 경제성장을 했다.
대만경제도 19·6%의 수출신장률로 8·1%라는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이에 따라 이들은 이미 미국관리들로부터 미국의 무역적자 감축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2개월 동안 미 정부는 이미 섬유류에 대한 새로운 규제와 아울러 한국에 대해 보험에서 담배에 이르는 시장개방압력을 성사시켰다.
이제 미 재무성은 한국과 대만의 수출경쟁력을 줄이기 위해 이들 국가의 통화를 평가절상 시키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대만의 주요한 수출업체인 포모산 러버사의「헨리·슈」회장은『엔화강세는 한국과 대만에 큰 기회를 주고 있다.
일본시장에의 접근이 쉬워졌을 뿐 아니라 미국시장에서 몇몇 일본상품의 지위를 대신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라고 얘기한다.
미국이 한국과 대만에 대해 평가절상요구를 하리라는 저항이 새로운 문제로 대두하고 있지만 이들은 미국의 압력을 회피하는데는 이골이 나 있어 벌써 소폭의 평가절상으로 마찰을 약화시키고 있다.
그나저나 한국과 대만의 수출이 앞으로 수그러들 전망은 그리 없는데 이는 저가, 또는 중급의 제품에서 한국이 과거 일본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데 있다. 한마디로 미국소비자들이 값이 오르고 있는 일본 것 대신 보다 값이 싼 자동차든지 컴퓨터를 사려할 때 제일 손쉬운 것이 한국제품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란 얘기다.
한국과 대만은 이게 유럽시장의 비중을 높임으로써 과도한 대미의존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달러에 연동된 이들의 통화체계에서 대 유럽주요통화환율은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큰 힘이 되고 있는데 대만은 올 상반기에 서독에 대해 41%, 프랑스에 대해서는 71%의 높은 수출신장률을 보였다.
한국의 한 정책입안자는 유럽에서 수출신장이 기대된다면서『이는 우리가 이제껏 기다려 온 황금의 찬스』라고 얘기했다.
어쨌든 이들 두 마리의 호랑이들은 요즘 스스로 당황할 만큼 좋은 경기를 누리고 있다.
대만은 올해 정부의 외환보유고가 3백60억 달러로 급증할 전망이고 미국이 기껏 2∼3%의 경제성장을 하는 동안 한국은 성장률을 10%로 묶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정말「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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