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위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 게임으로 승승장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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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8호 18면

국내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12위, 국내 1위) 등 익숙한 기업가들이 세계 부자 순위표에 오른 가운데, 다소 낯선 인물이 한 명 보인다. 권혁빈(42·사진) 스마일게이트그룹 회장(421위, 국내 5위)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37억 달러(약 4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20억 달러로 포브스 부자 순위표에 처음 이름을 올렸을 때와 비교해도 1년 반 만에 재산이 눈에 띄게 불었다.


그가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기준 국내 5위인 게임 업체다. 주목할 것은 내실이다. 지난해 매출이 6000억원 정도인데 영업이익은 330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55%, 업계 1위다. 특히 중국에서 ‘크로스파이어’라는 1인칭 슈팅 게임(FPS)이 대박이 나면서 이 게임 하나만으로 지금껏 1조5000억원 이상의 글로벌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아직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았다. 그만큼 앞으로 기업가치가 더 높아질 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권 회장은 서강대 전자공학과(92학번)를 나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접한 컴퓨터를 보물처럼 여겼다고 한다. 대학교 2학년 때 동호회 활동을 통해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눈을 떴다. 대학 졸업 직후인 99년 포씨소프트라는 작은 IT 회사를 창업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라 주변의 우려가 많았지만 권 회장은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겠다”며 아랑곳하지 않고 남들보다 몇 배 열심히 뛰었다. 2002년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했다. 이후 그간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크로스파이어 같은 글로벌 히트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수년 전이라면 권 회장처럼 다소 낯설다 했을 서경배(53)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148위, 국내 2위)과 임성기(76) 한미약품 회장(810위, 국내 공동 10위)도 기업가치를 높이면서 보유 지분 값어치가 껑충 뛰었다. 서 회장은 스마일게이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이 중국을 중심으로 ‘K뷰티’ 열풍을 일으키면서 부자 순위가 급등했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최근 5년간 3.5배 이상이 됐다.


한미약품도 주가가 거침없이 상승했다. 최근 5년간 무려 11배가 됐다. 창업자인 약사 출신의 임 회장은 15년간 9000억원이라는 거금을 신약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면서 개척 정신을 발휘했다. 여태껏 국내 제약업계는 ‘신약의 불모지’라 불릴 만큼 복제약(제네릭) 위주로 사업을 해왔지만, 임 회장은 신약으로 승부해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봤다. 한미약품의 R&D는 지난해 총 8조원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으로 1차 결실을 맺었다.

한편 해외 억만장자들에 비해 자수성가한 인물보다는 상속인이 순위권에 많이 포함됐다. 국내 톱11 중 창업자는 4명, 상속인은 7명이다. 권혁빈·임성기 회장 외에는 김정주(48) NXC 회장(771위, 국내 9위)과 이중근(75) 부영그룹 회장(810위, 국내 공동 10위)이 창업자다. 다만 이건희 회장과 서경배 회장, 이재현(56) CJ그룹 회장(612위, 국내 8위) 등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기업의 가치를 월등하게 높였다는 점에서 상속부자로만 보기는 힘들다.


이창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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