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한 이메일 내용 조작하는 신종사기

미주중앙

입력

업데이트

LA자바시장에서 여성 드레스를 제조·판매하는 폴리USA의 장영기 사장은 최근 두 번의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한인 의류·부품업체 송금 피해
"돈 보내기 전 다시 확인해야"

중국의 봉제공장(A)에 작업을 맡긴 후 선수금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받아 5000달러를 보냈는데, A사로부터 받지 못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A사는 처음 거래하는 곳이었는데 주고받던 이메일 서류에 입금 은행 계좌를 적어 보내왔다고 했다. 장 사장은 다시 이메일을 확인하고 A사 대표와 상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은행 계좌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A사와의 송금 문제가 있은 후, 장 사장은 중국의 또 다른 하청업체(B)에 송금 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B사와는 벌써 10년 넘게 거래를 하던 곳이었다.

장 사장은 "B사 대표가 3만5000달러의 봉제대금을 엑셀로 정리된 이메일 서류상에 적힌 은행 계좌로 보내달라고 했다. 서류를 보니 B사 대표가 말한 계좌가 적혀 있었다. 그런데 평소 송금하던 계좌와는 조금 달랐다. 오랜 거래업체라 언뜻 계좌 내용이 조금 이상하다 싶었다. 원래 보내던 계좌를 확인해 보고, B사 대표와 다시 통화하니 자신이 보낸 계좌가 아니라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A사 송금 건은 현재 거래은행을 통해 지급 중지를 요청한 상태이고, B사는 원래 거래하던 계좌로 보내, 더 큰 피해를 막았다.

장 사장의 경우처럼 이메일을 해킹당한 후 송금 피해를 입는 사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망된다.

즉, 사기범들은 거래 관계에 있는 기업의 이메일을 해킹한 후, 거래 당사자인 것처럼 속여 다른 계좌번호로 대금을 납부하라는 식으로 돈을 빼가는 것이다.

올해 초 미국 내 동부지역의 한 업체와 인터넷을 통해 기계부품 거래를 하던 이 모씨도 같은 피해를 봤다. 이 사장도 동부지역 업체와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부품대금을 이메일 상의 은행 계좌로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대표는 별 의심 없이 한인은행을 통해 송금을 부탁했다.

그런데 거래은행에서 먼저 전화가 왔다. 송금한 업체의 수금처가 러시아로 이상하다는 연락이었다. 이 대표는 동부 쪽 거래업체에 전화해 은행 계좌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이 대표는 "은행에서 연락을 하지 않았으면 확인도 못했을 일이다. 고스란히 4000달러를 날린 뻔 했다"며 당시의 놀랐던 심경을 전했다.

이 대표는 함께 파트너로 일하는 다른 한인 업주는 똑같은 상황에서 5000달러 가량을 날리고 말았다고 전했다.

우편물을 절도 당하거나 이메일을 해킹당해 개인 신상정보가 노출되고 그로 인한 크레딧카드 위조 등의 사기 피해는 언론을 통해서도 종종 보도돼 온 내용이다. 하지만, 장 사장이나 이 대표 케이스처럼 해킹한 이메일의 내용을 교묘히 바꿔 거래처를 사칭해 돈을 빼가는 것은 새로운 수법이다.

장 사장은 "거래 당사자만 알고 처리하는 이메일 내용까지 읽고 사기를 친다는 것은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 온 업체라면 일부 기억이라도 있어 한 번 더 확인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처음 거래하는 경우에는 그냥 믿고 송금할 수밖에 없다. 아직 자바업체 중 이런 피해를 봤다는 말은 듣지 못했지만, 중국과의 거래가 많은 특성상 유사 피해가 속출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문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