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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문화의 세계적 재발견"경주 용강 토용총을 벗긴다<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참석자>
석주선씨<단국대·복식사>
신형식씨<이화여대·역사학>
문명대<동국대·미술사학>
김기웅씨<문화재전문위원·고고학>
경주 용강동 토용총발굴은 세계 최초의 무덤내 청동제 십이지상 출토와 국내초유의 채색토용 출토기록 등을 남기면서 역사·고고·미술사학계 등에 많은 수수께끼를 던져주고 있다. 토용총은 과연 왕릉일까, 아니면 왕족이나 고궁의 무덤일까. 출토된 말 토우는 소련 타시겐트 지역으로부터 온 스키타이종인가, 신라 재래의 과하마(조랑말)인가, 또 텁수룩한 구레나룻의 토용은 호인 용병인가, 신라인인가. 전문학자들의 연구가 좀더 진행돼야 결론이 내려지겠지만 현재로는 왕·용·스키타이말·호인용병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고고학·역사학·복식사·조각사를 전공하는 학자들의 좌담을 통해 지금까지의 토용총 발굴결과를 중간결산해 본다.
▲김기웅=경주 토용총이 왕릉이냐, 아니냐하는 이야기가 분분한데 거친 잡석의 내호우이나 출토 토용들의 관복색깔이 아찬 이하의 하급 관직 색깔인 붉은 색인 것으로 볼 때 왕릉일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횡혈식 석실분이라는 묘제, 출토토기, 복식 등으로 미루어 8세기 통일신라 고분인 것만은 틀림없을 것 같습니다.
▲신형식=다른 경주 고분들은 왕릉이냐, 아니냐의 논란이 없었는데 이번 것은 토용과 12지상 등이 나와 논란의 대상이 된 것 같습니다.
▲석주선=우선 고분의 시기는 복식을 통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자의 머리모양은 구형발인데 이것은 8세기 성당시기의 것과 동일하며, 쓰고 있는 의관(박두)역시 당나라 것과 똑같아요.

<문무관모습 생생>
▲문명대=고신라의 토우는 사자의 영혼 천도에 중점을 두고 얼굴·손·성기 등을 과장하거나 불필요한 곳을 과감히 생략하는 추상적 양식을 보여주는게 큰 특징이지요.
그러나 이번 경주 토용총 출토 토용들은 왕이나 왕족을 따르고 보호하는 신하로서의 개성을 나타내는데 중점을 둠으로써 당시 살아 있던 문무관료의 모습을 생생하게 나타낸 사실적 조각입니다.
▲김=주의깊게 보아야할 것은 고분의 구조입니다. 이번 고분은 내호석과 외호석의 2중구조로 되어 있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내호석은 조잡하게 되어 있는데 비해 외호석은 잘 가다듬어진 돌을 사용했다는 겁니다. 즉, 이런 점으로 보아 어떤 곡절이나 연구과제가 묻혀있는 것 같습니다.

<실각후 복권된 듯>
▲신=이건 추정이지만 혹 내호석과 외호석이 다르다는 것은 고분의 주인이 한때 정치적으로 실각했다가 복권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하기도 하는군요.
또 다른 것은 몰락한 집의 후손들이 뒤에 외호석을 새롭게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도 가능합니다.
▲문=높은 관을 쓰고 두손을 짧은 소매 속에서 맞잡고 있는 문관상의 인물토용은 그 동글고 복스런 얼굴, 단아한 이목구비, 잔잔한 미소, 자연스런 상체와 말의 굴곡 등이 신라인의 담담한 모습을 아주 사실적으로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구렛나루가 무성한 털보인물용의 부리부리한 눈과 큼직한 코,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어깨와 팔 등은 호기롭고 기개넘치는 신라인의 모습을 그대로 나타내주고 있어요.
▲김=한나라 말(마)에 대한 그림을 보면 몸체가 큰데 비해 다리는 가늘고 길게 그려져 있습니다. 또 말갈기가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토용총 출토 마형토우는 다리가 짧고 굵으며 꼬리와 다리의 길이가 비슷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때 과하마(한국고유의 재래말)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을 거쳐 들어온 스키타이의 말이라 보기는 힘습니다. 신라의 과하마는 나당교역에서 수출주종품이었습니다.
▲갑=신라5대왕인 파사왕(80∼112년)때부터 말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삼국사기에 보면 기마전을 벌였다고 되어있습니다.
복식조를 보아도 6두품에 말5마리를 둔다는 기록이 나와 있습니다.

<지증왕때 우인장>
지증왕때 순장이 폐지되고 우인장을 실시했습니다.
▲문=경주 토용총 토용들은 8세기 중국 당나라의 「부녀좌용」등과 비교되는 고대조각품들인데 중국적인 얼굴이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고 신라인의 모습을 한, 전적으로 신라화된 인물상입니다.
이들 토용과 가장 유사한 것으로는 신라 원성왕릉으로 추정되는 경주 괘릉의 석인상들입니다. 늘어진 팔소매의 인물토용은 괘릉의 문관 석인상과 흡사해요.
▲신=619년이후 나당교류가 공식화되는데 8세기에 신라인들의 당의 출입은 기록상으로만 83회에 달합니다. 그중 성덕왕(702∼737년)때는 45회나 당에 들어가 여러가지 문물들을 들여오는데, 주종품은 옷과 서적이라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당나라 관복이 신라에 정착한 것은 김춘추가 입당했던 643년이후 1세기가 지난 8세기 중반이라고 보아집니다.

<12지상 연구과제>
▲김=12지상이 무덤안에 유해와 함께 묻힌 것이 먼저인지 호석 옆에 우상으로 조각해 세워진 것이 먼저인지 앞으로 연구과제입니다.
고분안에서 12지상이 나온 것은 전세계에서 이번이 최초의 것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신=신라시대의 왕의 권한은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대단합니다. 현재 밝혀진 바로는 등극기간이 17.7년, 등극연령이 40세정도지요. 중요한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행정관청이 44개인데 비해 왕실담당관청이 1백16개라는 점입니다. 즉, 모든 국사가 왕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지요. 따라서 내외치장이 그렇게 허술하다면 왕릉일 가능성은 희박하겠군요.
▲석=신라 흥덕왕때 만들어진 복식금제를 보면 관복이외는 일상복은 흰 옷이지요. 결국 색이 있다는 것은 관복인데, 당의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각간·대아손 등의 고관은 자색, 아찬과 급손은 붉은 색을 입으며 아홀을 들고 더 하급관리는 청색 또는 황색을 입었습니다.
▲신=통일신라가 형성된 직후 7세기말 귀족들에 대한 도태령이 시작됩니다. 무열왕이 왕권의 안정을 꾀하기 위한 것이었지요. 이같은 방계숙정이 본궤도에 오르게 된 것이 성덕왕 때이며 따라서 무덤문화가 크게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경덕왕말기에 이르러 전제왕권의 몰락이 시작됩니다.
▲김=경주에서 지금까지 발굴된 왕릉은 대개 다섯 개의 유형입니다. 무덤주변에 자연호석을 둥글게 박아 넣은 것. 호석이 전혀 없는 것, 네모반듯한 돌들을 박아 넣은 것, 호석들에 12지신상을 새겨 넣은 것, 또 이른바 궤석묘 등이 그것입니다.

<복장·재치장한 듯>
▲신=이같은 점에서 볼 때 이무덤 역시 두번 장례된 복장이거나 후에 다시 치장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우=그러나 너무 쉽게 무덤의 연대를 추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러다가 지석이 하나라도 나타날 경우 지금까지 섵불리 추정된 이론들은 오히려 사료에 중대한 혼란만 초래할 것들로 평가될 수도 있으니까요. 지석의 출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견해가 많은 것 같긴 하지만….
▲김=이 무덤과 서역문화와의 연계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 옳겠지요. 오히려 중국의 영향력하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옳을 것입니다. 예를들면 한·당벽화에서 나타난 문·무관의 인물상에서는 전부가 수염을 기르고 있습니다. 이번 토용들을 얼핏 보면 서역냄새가 나는 듯도 하지만 흡사 입은 복식이나 의두 등으로 미루어볼때 신라인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옳겠지요.

<조각사 연구자료>
▲문=털보 인물토용은 괘릉의 구렛나루 무관상보다 훨씬 더 인간적인 풍모를 보여주고 있어요.
이번 토용총의 인물상들은 8세기 후반을 전후해 제작된 신라화된 인물토용이 분명합니다. 백제시대 작품인 부여 정림사지출토 토용에 이어 발굴된 경주토용총의 인물·동물토용은 고신라의 토우전통을 이어 통일신라시대 만들어진 불상이외의 귀중한 조각품으로 우리나라 조각사연구에 다시없는 귀중한 자료이기도 합니다.
▲신=털보 토용이 호인 용병일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당시 신라의 국력이나 정권의 안정, 평화시였다는 점에서 용병은 없었으리라고 보아야겠지요.
▲김=동감입니다. 털보 토용은 얼굴모양과 머리의 관모 등으로 보아도 당나라에서 도입한 복식을 갖춘 신라인임이 틀림없어요.
▲석=여하튼 이번 토용출토는 우리나라 고대복식사연구에 획기적인 연구자료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김=고분구조의 세부, 출토된 토용에 의해 당시의 장제연구에 큰 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묘실에서청동으로 만든 12지상이 출토된 것도 큰 연구과제를 제공해준 셈이지요. 그러나 결론적으로 결정적 자료가 나올 때까지 이번 고분의 신비는 미궁 속에서 숨을 쉬고 있을 수밖에는 없겠지요. <정리=이은광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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