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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레스보스 섬 불로 3000여 명 탈출, 화재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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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레스보스섬 난민 캠프에서 난 불로 3000~4000명의 난민이 급히 대피하는 혼란이 벌어졌다. 난민들이 불타는 난민 캠프를 바라보며 서있다. [뉴시스]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 있는 난민 캠프에서 19일 밤(현지시간) 불이 나 3000~4000명이 한꺼번에 탈출하는 혼란이 벌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레스보스 섬 모리아 난민 캠프에서 화재가 발생해 3000∼4000명의 난민이 불길을 피해 캠프를 탈출했다. 이 캠프는 그리스 최대 난민 캠프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난민들이 재빨리 대피한 덕분에 부상자나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불길이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번지며 모리아 캠프는 완전히 불에 타 전소됐다.

이 불은 방화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부에선 난민들이 이곳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이에 대한 분노로 누군가 방화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

이날 화재가 발생하기 전 모리아 캠프에서는 터키로의 난민 대량 송환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며 긴장감이 고조됐고, 송환에 항의하는 시위도 있었다.

레스보스 섬 당국은 이날 화재로 난민 캠프가 전소되자 난민 수 천 명을 그리스 본토로 옮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여객선을 빌려 터전을 잃은 난민들을 임시로 수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 역시 레스보스 섬 난민들이 본토로 이전시킬 경우 유럽 나머지 지역으로 2차 이동이 일어날 것을 우려하며 난민들을 최대한 섬에 머물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레스보스에는 현재 적정 수용 인원인 3000명의 두 배 가까운 5200여 명의 난민이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레스보스 등 인근 섬 5곳에는 최대 수용 인원 8000명보다 훨씬 많은 1만3000명의 난민이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이 지역을 비롯해 50여 곳에 달하는 그리스 난민 캠프 대부분은 수용 한계에 이른 상태다. 총 6만 여 명의 난민이 수용돼 있다.

유럽 대부분 국가가 난민 수용을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 난민 자격 부여 심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그리스 섬들은 수용 능력 이상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는 상태다.

난민에 우호적이던 레스보스섬 주민들도 난민 유입으로 관광객이 줄어 생계를 위협 받자 난민들을 본토로 송환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으며 난민들을 돕기 위해 섬에 상주하는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에게도 섬을 떠나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혜민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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