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이 그린 초상화 3점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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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6·25당시 제주도에서 피난살이하던 이중섭 화백이 그린 초상화 3점이 발견됐다.
이 초상화는 51년 이 화백이 서귀포시 정방동 김순복여인(66)집에 세 들어 살 때 김 여인의 부탁으로 그린 것인데 김씨의 남편 송태주씨와 친척 송태연(서귀포시 서홍동46의9·송덕남씨 부친), 이두우(서귀포시 송산동632·이임보씨 부친), 박정룡(서귀포시 정방동511·박정숙씨 형) 씨 등 4점. 이 가운데 송태연·이두우·박정용씨 등 초상 3점만 발견되고 송태주씨 초상화는 분실되었다.
그때 초상화를 그려준 네 사람은 6·25전투에 참전, 모두 전사했기 때문에 사진을 보고 그렸다는 것이다.
김순복 여인에 따르면 당시 이 화백은 동네에 화가가 왔다는 소문을 듣고 귀한 쌀을 가지고 와 그림을 청하는 사람들의 부탁을 모두 거절했으나 집주인인 김 여인의 간곡한 부탁만은 뿌리칠 수 없어 이 초상화를 그리게 됐다는 것-.
초상화는 도화지에 연필로 그렸다.
향토화가 고영우씨(44·서귀포시 천지동)는 『이 화백이 초상화를 그린 것은 쌀 몇 말로 생활고를 덜자는 생각보다 6·25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전쟁미망인들을 위로하기 위한 마음의 표시』라고 말했다.
미술평론가 이경성씨는 『여러 가지 정황이나 필치로 보아 이중섭 화백이 그린 것 같다. 하지만 이 초상화는 기록성은 있지만 예술성은 적다』고 평했다. <제주=김형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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