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으로 본 『신의 아그네스』줄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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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수녀 「아그네스」가 아기를 낳는다. 아기는 목 졸린 시체로 「아그네스」의 방에서 발견된다. 「아그네스」는 재판에 회부된다.
정신과 여의사 「리빙스턴」이 「아그네스」와 만난다. 「리빙스턴」은 그녀가 아기를 죽였는지, 정신이상 상태인지를 알아내려 한다. 또 「아그네스」가 아닌 딴 사람이 수녀원의 명예를 위해 아기를 죽였는지도 알아내려 한다.
「아그네스」가 아기를 죽였다면 살인죄로 재판에 회부되어야 한다. 정신이상으로 아기를 죽였다면 정신병원으로 보내져야 한다. 「아그네스」이외의 딴 사람이 죽였다면 범인을 찾아야 한다.
『신의 아그네스』는 이렇게 수녀가 아기를 낳고 아기가 죽는데서 시작하여 그 아기의 죽음을 밝히려는 추리 극의 형식으로 전개된다.
「리빙스턴」은 원장수녀인 「마거리트」수녀가 수녀원의 명예를 위해 「아그네스」의 아기를 죽이고 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한다.
「아그네스」와 「마거리트」 두 수녀를 만나보면서 「리빙스턴」은 그러나 이 사건이 단순한 것이 아님을 알게된다. 두 수녀의 과거가 밝혀진다. 「아그네스」는 창녀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며 자신이 실수로 태어난 더러운 존재라 생각하고 여인으로서 자기를 포기, 오직 신에게 의지하는 여인으로 보인다. 「마거리트」는 이혼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신만이 인간을 구원하는 기적을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수녀는 아기를 가진 것이 신에 의한 독생의 기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리빙스턴」은 그들 심리의 심층을 집요하게 파들어 간다. 「리빙스턴」은 그들이 신에게 몸을 던지기 전에 여인이고 싶은 인간이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리빙스턴」은 그들에게 같은 여인으로서 연민을 느낀다.
「아그네스」에게 최면을 걸고 「아그네스」가 아기를 죽였으며 아기의 아버지는 수녀원 근처의 젊은 청년임이 암묵 중에 밝혀진다. 「아그네스」는 정신병원에 보내지고 죽는다.
「리빙스턴」은 생각한다. 창녀의 딸로 태어나 자신을 부정했던 여인에게 사랑과 아기를 갖는 환희를 안겨준 것, 또 그것을 신의 은총으로 믿게 한 것, 그것이 바로 신의 기적이 아닌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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