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정점을 향해 계속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5월중의 경기종합동행지수, 제조업 가동률, 생산·출하증가율 등은 모두 가장 최근의 경기 정점이었던 84년 1·4분기 수준에 거의 접근해있거나 오히려 더 높은 수준에 있다.
그것도 경기의 내리막추세가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던 지난해 3·4분기 이후 겨우 8개월만의 일이다.
더구나 지금까지의 가파른 경기상승세는 가격경쟁력을 등에 업은 수출증가가 주도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다 미국 등 선진국들의 경기회복까지 가세한다면 현재와 같은 수출주도의 고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올 상반기 중의 성장률이 10%를 넘으리라는 관측이 벌써 나오고 있고 올해 무역수지흑자도 당초 예상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그러니 「과열」걱정이 안 나올 수가 없고 또 사실 지금이 바로 그 같은 걱정을 하고 미리미리 손을 쓸 때다.
경기의 회복속도가 워낙 빠르고 또 지나칠 정도로 수출에 의해 주도된 경기회복이기 때문에 내수형 중소기업 등 활황의 재미도 미처 맛보지 못한 목에서는 펄쩍 뛸 노릇이겠으나 경기가 지나치게 빨리 달구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과열」이나 「불황」이란 용어사용을 인색하리만큼 기피하는 것이 통례인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경제기획원은 6월중 월간경제동향분석에서 올 들어 처음으로 현 경기수준을 「본격적인 활성화 국면」이라는 정도의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나 사실 정부도 내심으로는 과열걱정을 진작부터 해 왔고 이미 필요한 만큼 손을 쓰기 시작했다.
한은의 재할이율을 올리고 통화안정증권발행을 늘리는 등 총수요관리와 물가안정을 위해 돈 거두어들이기에 나선 것도 과열경기를 염려해서다. 또 외채절감상황을 다시 점검하고 부동산투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엄포를 놓는 것도 이 같은 과열경기 걱정과 무관하지 않다.
나아가 정부는 해외부문에서의 보다 적극적인 통화환수를 위해 곧 수출지원금융 융자단가도 하향 조정할 계획이므로 일단 현재로서 할 수 있는 웬만한 수단은 거의 다 실행에 옮기고 있는 셈이다.
수출업계에서는 당장 싫은 소리가 나올 것이고, 전경련 등 민간경제단체에서는 『지금이 결코 과열이 아니다』라고 애써 강조하지만 그간 수출산업설비금융 등으로 늘어나는 통화의 혜택을 담뿍 받은 수출업계의 처지를 생각해보면 과열경기대책을 탓하기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경기의 과열 예방책이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중요한 것은 한해·두해에 연율 10%이상의 고성장을 만끽한 후 인플레나 경상수지적자 등의 부작용을 다시 안고 씨름하는 대신 어떻게 적정수준의 활황을 가능한 한 오래도록 지속시켜나가느냐 하는 문제인 것이다.
이 같은 뜻에서 최근의 경제동향에는 눈 여겨 보아야할 대목이 몇 군데 있다.
5월중의 제조업가동률 83.2%는 과거의 경기정점이었던 78년8월의 85.8%, 81년6월의 72.2%, 84년2월의 80.6%등과 비교해 볼 때 「경계수위」라 할 만하다. 또 5월중의 산업생산증가율(전년 동월비) 10%는 80년대 들어서의 최고수준(84년3월 20.7%)과 맞먹는 수치다.
그보다 더 주목할 것은 5월중 생산·출하·소비증가세가 내수에까지 파급되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내수용 출하는 5월중 12.1% 늘었으며, 내수용 소비재의 수입증가세는 지난해 상반기 중 14.8% 감소에서 올 상반기 중 7.5% 증가로 반전하고 있다.
또 지표로 잡히지는 않았지만 국내업계의 원자재 재고가 상당히 낮은 수준에 와있다는 것도 주목해야한다.
이밖에 앞으로의 경제운용상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부문이 바로 통화환수지만 이 경우 내수산업·중소기업 등 이른바 3저의 혜택을 가장 더디게 보는 부문이 이번에는 거꾸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기 십상이다. 따라서 그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하는 것도 경기과열 예방책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다. <김수길기자>김수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