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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진해운 사태, 경제 부총리가 책임지고 수습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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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진해운 사태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정부의 어설픈 대처로 물류대란이 국제 문제로 확산되고 있어서다. 현재 140억 달러(약 15조원)어치의 한진해운 화물이 세계 바다를 떠돌고 있다. 치밀한 사후 대책 없이 한진해운을 법정관리에 덜컥 밀어 넣은 뒤 혼란을 수습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의 무능이 세계적 망신을 사고 있다.

한진해운 사태가 국제 이슈가 된 이유는 한진해운 화물의 90%가 중국·미국을 비롯한 외국 물품으로 드러나면서다.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은 코앞에 다가온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두고 한진해운이 운송해 주기로 한 수입 물량 조달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미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 명품업체 마이클 코어스, 컴퓨터 제조업체 휼렛패커드 같은 기업들이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이유다. 이들 기업은 한진해운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경쟁사에 시장점유율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와 한진해운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는 건 불행 중 다행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한진해운이 ㈜한진에 매각하기로 했던 ‘아시아 8개 영업 노선’에 대해 영업권 이전 금지 명령을 내려 한진해운의 불안 확산을 차단하기로 했다. 미국은 상무부 차관보급을 한국에 급파해 사태 수습에 나섰고, 미 법원은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압류금지 조치를 승인했다. 삼성전자는 하역비를 직접 낼 테니 화물이 억류되지 않게 해달라고 미국 파산법원에 요청하는 등 자구책을 펴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면 정부와 한진해운은 책임 떠넘기기와 명분 싸움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부총리가 책임지고 혼란을 수습하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정부·한진해운 합동대책반을 긴급 구성해 화물 운송부터 정상화해 놓고 보는 게 중요하다. 정부와 채권은행들은 물류대란 해소 비용을 지원하고, 한진해운은 하역 작업을 안정화해 국내외 화물 주인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급한 불을 꺼야 정부도 한진해운도 상처를 최소화하고 물류대란에서 조속히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