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 저격범 존 힝클리 35년 만에 석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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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3월 30일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 저격범 존 힝클리를 체포하는 경호원들. [중앙포토]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려 했던 존 힝클리(61)가 35년 만에 석방됐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힝클리는 10일(현지시간) 오전 워싱턴DC 세인트 엘리자베스 정신병원을 나와 대기하고 있던 차량을 타고 고향인 버지니아 주(州) 윌리엄스버그의 집으로 향했다. 힝클리는 90세 노모와 함께 살 예정이라고 AP는 전했다.

앞서 지난 7월 미국 연방법원 존 폴 프리드먼 판사는 “힝클리는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의 그의 석방을 명령했다.

그러나 언론과의 접촉은 금지되고 석방 후에도 백악관 비밀경호국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또 집에서 980km 이내에 머물러야 하고 전현직 대통령이나 부통령, 의원들이 있는 지역으로는 이동할 수 없다.

힝클리는 1981년 3월 30일 워싱턴 힐튼호텔 앞에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을 향해 총을 쏴 부상을 입힌 혐의로 체포됐다. 총격 당시 백악관 대변인 제임스 브래디를 포함해 경찰과 경호원 등 현장에 있던 3명이 힝클리의 총에 부상을 입었다. 취임한지 두 달 만에 저격을 받은 레이건 전 대통령은 관통상을 입었지만 총알은 다행히 심장을 빗겨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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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범 존 힝클리(왼쪽)와 레이건 전 대통령

당시 70세였던 레이건은 고령의 나이에도 조지워싱턴 병원까지 스스로 걸어가는 등 여유를 보였다. 레이건 대통령은 총상을 입은 다음날부터 백악관으로 돌아간 4월 11일까지 병원 침대에서 업무를 봤다.

암살 시도 후 레이건의 인기는 치솟았고 의회에서 영웅 대접을 받기도 했다. 저격 전까지 논란이 됐던 경제 계획도 야당인 민주당의 큰 반대 없이 통과돼 ‘레이거노믹스’의 신호탄이 됐다.

현장에서 체포된 힝클리는 재판에 넘겨졌지만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고 감옥 대신 정신병원에 수용됐다. 영화배우 조디 포스터의 관심을 끌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힝클리를 담당한 의사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힝클리가 더이상 정신질환에 시달리지 않는다며 그의 석방을 법원에 요청했다. 법원은 2003년 부터 제한된 조건에서 힝클리의 외출 등을 허용한 뒤 결국 영구 석방을 결정했다.

힝클리는 앞서 법정진술에서 “일을 하고 싶다. 선량한 시민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외신들을 전했다.

그러나 그의 석방과 관련,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재단ㆍ연구소는 성명을 통해 “판사의 결정과는 다르게 우리는 힝클리가 아직 위협적이어서 그의 석방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김백기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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