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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리포트] 소화제 만들기…원리 알고 나니 쉽네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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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제법 선선해지며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뜨거웠던 지난 여름, 날씨만큼이나 열정적인 도전정신으로 가득한 ‘직업 도장 깨기 프로젝트’를 기억하시나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추천한 책을 읽고 해당 직업에 대해 파헤치며 자기 것으로 만드는 내용이었죠.

직업 도장 깨기 프로젝트 후기 - 메디컬

그동안 사진·IT·디자인 등의 도장 깨기 후기가 소개됐는데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돼 도장 깨기 ‘메디컬’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어 직접 의약품 제조에 나선 소중 독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공부가 전부는 아니다. 성실한 자세를 갖추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도장 깨기 2탄 ‘메디컬 도장’에서 노현 서울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의료인의 마음가짐에 대해 조언했었죠. 남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친구들을 위한 직업이라 할 수 있어요. 의료인을 꿈꾸는 소중 독자들이 간접적으로 의학의 세계를 체험하기 위해 지난 27일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한독의약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아픈 몸을 낫도록 도와주는 각종 의약품의 역사를 한눈에 보고 관련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서연·서준 남매와 친구 윤제는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박물관에 들어섰습니다. 어쩐지 엄청나게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과, 직접 소화제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교차된 듯한 모습이었죠. 이경록 한독의약박물관장이 체험 참가자들을 맞이했습니다. “여기서는 소화제가 어떤 작용으로 우리 몸의 소화를 돕는지 원리를 이해하고,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소화제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답니다. 본격적인 만들기에 앞서, 의약품의 역사에 대해 둘러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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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록 관장(가운데)이 소화제 만들기 수업 참가자들과 함께 한독의약박물관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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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제조에 사용됐던 ‘당의기’를 증강현실로 볼 수 있는 장치.

이 관장의 안내에 따라 박물관 내부로 향했습니다. 이곳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어요. 1964년 설립됐으니 사람으로 치면 쉰 살도 넘은 셈이죠.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전문박물관으로 의약품에 관련된 유물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청자상감상약국명합(보물 제646호)과 의방유취(보물 제1234호)를 비롯한 6점의 보물과 충청북도 지정 문화재 2점 등 총 1만5000여 점의 동·서양 의약 유물을 볼 수 있죠. 다소 딱딱할 것 같았던 박물관 관람은 생각보다 흥미진진했어요. 스마트폰으로 유물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NFC(근거리 무선통신) 서비스가 도입됐고, 50년 전 소화제 제조 설비에 증강현실 기법이 사용돼 마치 눈 앞에서 소화제가 만들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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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제를 만들기 위해 성분 가루의 양을 저울로 측정하는 전서연 학생.

유물 관람을 마친 참가자들은 2층 체험존으로 향했습니다. 소중 독자 3인방은 나란히 한 책상에 앉아 소화제 만들기에 나섰죠. 첫 순서는 ‘소화제 알아보기’였어요. 뭐든 알아야 만들 수 있는 법. 소화제 박사가 되기 위해 소화제의 정의와 성분·효능·종류 등을 공부하는 시간이죠. 소화제는 소화촉진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의약품의 한 종류라고 해요. ‘판크레아틴’이나 ‘UDCA’ 등의 성분이 들어 있어 음식물의 직접적인 소화를 돕습니다. 특히 판크레아틴은 소화 효소와 호르몬을 분비하는 장기인 이장(Pancreas)과 관련 있는 성분으로, 돼지의 췌장에서 만들어진 효소제제입니다.

소화제에 대한 설명이 계속되던 중, 갑자기 우리에게 익숙한 콜라가 화면에 나타났어요. 예전에는 콜라가 소화기능을 돕는 약으로 약국에서 판매됐다는 설명과 함께요. 탄산이 들어 있어 트림(위로 섭취된 과다한 공기가 식도로 역류해 배출되는 현상)을 자주 하게 되고, 그러면 소화가 되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은 소화를 돕는 성분이 포함된 소화제들이 만들어져 더 이상 약국에서 판매하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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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제 원료를 살피는 이윤제·전서준(왼쪽부터) 학생.

이제 소화제를 만들 차례입니다. 소화제는 의약품원료와 부형제를 혼합해 타정 후 코팅하고 포장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져요. 부형제란 약의 주성분인 원료의약품과 함께 일정한 크기·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섞는 고분자 물질입니다. 타정은 의약품에 일정한 압력을 가해 균일한 모양으로 만드는 과정을 뜻해요. 약물의 쓴맛을 막고 외부환경에의 노출을 최소화하는 코팅 과정을 거치면 완성되죠.

소중 3인방 앞에는 ‘훼스탈’이라는 소화제가 놓였어요. 우선 이 소화제를 망치로 부숴 가루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준비된 소화제 관련 성분 가루를 비닐에 넣고 잘 섞어주면 돼요. 누나인 서연이가 신중한 표정으로 가루들을 섞고 동생들에게 건넵니다. 원료를 타정하는 것은 동생들의 몫입니다. 절구를 사용해 가루를 뭉쳐 다지고 코팅을 하고 나면 소화제가 완성됩니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의약품 제조지만 설명을 함께 들으니 간단하게 할 수 있었죠. 체험을 마친 서연이는 “평소 관심 있었던 동·서양 의약품의 역사와 약의 제조 과정을 알아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서준이와 윤제 역시 입을 모아 “약 제조 과정을 직접 체험해보니 신기했고, 진로 선택에 있어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메디컬 도장 깨기에 도전한 소중 독자들에게는 잊지 못할 하루가 됐습니다.

글=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동행취재=전서연(수원 정천초 6)·전서준(수원 정천초 3)·이윤제(수원 정천초 3)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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