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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 정부, 핵지문(核指紋) 확보해 수소탄·원자탄 가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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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북한의 5차 핵실험은 1~4차 실험보다 강력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핵실험은 10kt 정도의 폭발력으로 보고 있으며 지금까지 북한의 핵실험 중 가장 큰 규모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4차 핵실험 당시 폭발 규모는 6kt이었다.

북한은 4차 핵실험 당시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3차 핵실험과 비교해 위력이 크지 않아 수소탄 실험이 아니거나 실패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5차 핵실험이 3, 4차에 비해 더 큰 위력이었던 것으로 판명됨에 따라 북한의 수소탄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소탄은 수소 핵융합 반응을 이용하기 때문에 원자탄보다 위력이 더 크다. 원자탄은 핵분열을 이용하는 무기다.

그렇다면 5차 핵실험을 통해 북한은 수소탄 기술 개발에 성공한 것일까. 지난 핵실험보다 위력이 커 북한이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핵지문(核指紋)’ 확인하기 전까진 단정적으로 말하긴 힘들다. 정부 산하 원자력안전기술원이 방사성 동위원소 포집에 나선 건 북한 핵실험에 따른 핵지문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핵지문 확인해 수소탄과 원자탄을 구분하기 위해선 방사성 입자를 확보해야 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가장 확실한 건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 토지를 수거해 분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핵실험장 토지를 수거할 수 없기에 대기에 떠다니는 방사성 물질을 비행기로 포집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방사성 핵물질을 찾아내 분석하는 과정은 미국드라마 CSI 과학수사대와 닮았다. 핵실험을 진행하면 반드시 ‘핵지문’이 남는데 이를 확보해 분석하면 실험 규모와 방법을 추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소탄이 폭발하면 대기에서 가장 가벼운 금속인 리튬이 발견된다. 제논이나 요오드 성분만 발견된다면 수소탄이 폭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제논이나 요오드는 원자탄이 폭발한 경우에도 부산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확보한 시료에서 제논 함량이 높게 나타난다면 플루토늄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핵물질 CSI(Crime Scene Investigation) 분야에서 선진국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시료 분석실험실 네트워크’ 입자분석 분야에 지난해 가입 승인을 얻었다. 사찰시료 분석실험실 네트워크에는 미국ㆍ프랑스ㆍ일본 등 9개국 17개 기관만이 가입돼 있다. 앞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 2012년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핵활동 여부를 판별하는 총량분석 네트워크에 가입했고 3년 만에 입자분석 네트워크 가입 승인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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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량분석이 몸 전체를 들여다보는 ‘X선 촬영장치’라면 입자분석은 ‘자기공명영상장치(MRI)’에 비유할 수 있다. 입자분석은 1조분의 1g 수준의 핵물질에 대해 분석할 수 있는 기술로 원자력 연구 분야에서도 첨단으로 꼽힌다. 핵실험으로 인해 발생한 물질을 포집하는데 성공한다면 이를 각각의 입자별로 분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연제원 원자력화학연구부장은 “입자분석 성공 여부는 시료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기체보다 고체 형태 시료가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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