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이어 쌀 기부한 '수성구 키다리 아저씨' 자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수성구 키다리 아저씨’의 자녀가 기증한 쌀. 6일 오후 수성구 범어동 수성구민운동장에서 구청 측이 이를 동 주민센터와 사회복지시설 등에 보내기 위해 차량에 쌀을 싣고 있다. [사진 대구 수성구]

추석을 앞두고 대구 ‘수성구 키다리 아저씨’의 자녀가 쌀을 기부했다. 키다리 아저씨는 2년 전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아들·딸이 아버지의 뜻을 이어 이웃 사랑을 실천한 것이다.

대구 수성구는 지난 6일 키다리 아저씨의 아들(68)과 딸(70)이 10㎏ 짜리 쌀 2000포대(4600만원 상당)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후 5t 트럭 두 대에 쌀을 싣고 수성구 범어동 수성구민운동장에서 구청 측에 전달했다. 앞서 키다리 아저씨의 아들은 지난달 중순 수성구청 희망복지지원단 사무실을 찾아 추석 전에 쌀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들 가족의 선행은 13년 전 시작됐다. 수성구에 살던 키다리 아저씨는 2003년 추석 직전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달라”며 20㎏ 들이 쌀 500포대를 수성구청에 처음 기부했다. 이후 매년 추석을 며칠 앞두고 쌀을 기증했다. 키다리 아저씨는 성이 박씨이고 평안남도 출신으로 6·25 때 월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문시장에서 포목상을 하며 돈을 꽤 모았다고 한다. 장사를 하다 몇 차례 불이나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인들의 도움으로 재기했고 이들의 사랑을 지역 사회에 돌려주겠다는 취지에서 ‘쌀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박씨는 2014년 5월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고 이후 그의 자녀가 기부를 계속하고 있다. 박씨는 자신의 얼굴이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그의 자녀도 마찬가지다. 이들 가족이 지금까지 기증한 쌀은 2만6000포대(6억원 상당)에 이른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구청을 방문한 아들도 아버지처럼 티셔츠 차림의 수수한 모습이었다. 돈이 많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성구는 이들 남매가 기증한 쌀을 동 주민센터와 사회복지시설 등 77곳으로 보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