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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사립고교 성적 올리려 교장 교사가 성적 조작

중앙일보

입력

명문대에 많은 학생을 진학시키기 위해 학생들의 성적과 생활기록부(생기부)를 조작한 고등학교 교장과 교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광주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7일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성적과 생기부를 조작한 혐의(공전자기록 위작 등)로 광주광역시 모 사립 고등학교 교장 A씨(62), 교사 B씨(39)와 C씨(34) 등 3명을 입건해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교장 A씨의 지시를 받은 교사 B씨와 함께 성적 우수 학생들 위주로 편성된 심화반을 운영하면서 학부모들에게서 과외비를 받아 챙기거나 교비를 목적과 다른 용도로 쓴 혐의로 동료 교사 10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교장 A씨와 교사들은 지난 2∼3월 현재 2학년인 이 학교 학생 12명, 3학년인 학생 13명 등 모두 25명의 1학년 시절과 2학년 때의 생활기록부를 조작한 혐의다. 이 학교는 2016년도 입시에서 서울대에 6명, 지난해 8명을 진학시키는 등 명문으로 소문난 학교다.

교사들은 나이스에 229차례 접속한 뒤 자신들이 경험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학생들의 생활기록부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36차 입력 및 각색했다. 학생들을 교무실이나 다른 공간으로 부른 뒤 입력할 내용을 당사자에게 묻거나 논의한 뒤 '맞춤형 생기부'를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교장 A씨는 명문대 진학 학생 수를 늘려 자신과 학교의 명예를 높이려고 교사들과 범행을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A씨 등은 대입 수시 전형에서 가장 중요도가 높으면서도 교사들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큰 생기부를 조작했다. 교장 A씨는 경찰에서 "오탈자를 바로잡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에 따르면 생기부 '조작 혜택'을 입은 학생들은 입학 당시 성적이 가장 높았던 학생들이다. 교장 A씨 등은 이들 학생들의 명단을 따로 만드는 등 명문대 수시 모집 전형에 합격시킬 특별 관리 대상으로 삼았다.

교사 B씨의 경우 자신이 특별 관리하던 한 학생의 성적이 떨어지자 나이스에 접속 후 2차례에 걸쳐 성적을 조작해 등급을 올렸다. 답안지도 함께 조작했다. 학부모 등으로부터는 대가로 200만원을 받았다. 해당 학생의 성적은 추후 다른 교사에 의해 바로잡혔다.

B씨는 학교에서 임원을 맡고 있는 학생들의 학부모들에게서도 3차례에 걸쳐 300만원의 촌지를 받기도 했다.

이 돈은 교사들의 간식비와 각종 행사비로 쓰였다.

B씨를 비롯한 교사들은 교장 A씨의 지시를 받아 명문대 진학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화반을 편성·운영하기도 했다. 심화반 소속 학생들의 학부모들에게서 2500만원의 과외비를 받아 나눠가졌다.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보충수업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일부 학생들만 참여하는 심화반 운영은 금지돼 있다.

이들은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위한 기초학력 증진, 진로 활동, 동아리 활동, 학부모 활동 등을 위해 나온 교육부 및 광주광역시교육청의 목적사업비 9000만원을 부당하게 타내기도 했다. 이 돈은 심화반 자습 감독비와 과외비로 썼다.

이재현 광주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이번 사건은 학교의 명예와 이미지를 단순히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생 수로만 판단한 교사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발생한 범죄"라며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이 학교의 교육 방침에 나머지 학생들은 소외되거나 마땅한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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