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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금관 등 한국 장식엔 스토리 가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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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의 장식예술엔 ‘스토리’가 담겨있어요. 조선시대의 분청사기는 자연스럽고, 유머러스한 한국인을 떠올리게 하고, 신라시대의 화려한 금관은 왕족의 삶을 상상하게 만들죠. 과거엔 장식예술이 유럽 문화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지만, 한국 장식예술에 대한 세계인의 호기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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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 맥킬롭 위원은 “박물관은 과거와 현재의 창작물이 공존할 때 생동감 있다”고 말했다. [사진 박종근 기자]

4~6일 열린 ‘문화소통포럼 CCF 2016’에 참석차 한국을 찾은 베스 맥킬롭(Beth McKillop·63)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V&A) 선임 연구위원의 얘기다. 1852년 영국 런던에 설립된 V&A는 장신구·가구·금속류를 수백만 점 보유한 세계적인 장식예술박물관이다. 맥킬롭 위원은 1990년부터 이 박물관에서 근무했고, 아시아 부서 책임자(2004년~2010년)를 거쳐 지난 3월까지 6년간 부관장을 역임했다. 그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92년 박물관 내 한국관 설립을 준비했고, 한국관의 초대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6일 그를 만났다.

베스 맥킬롭 V&A 선임 연구위원
문화소통포럼 CCF 참석차 방한

그는 “도자기 수집품 위주인 한국관을 보다 다채롭게 꾸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한국관의 큐레이터도 한국계 영국인이 맡고 있다”며 “요즘 한지를 활용한 공예품에 주목하고 있다. 한지는 섬유나 혈관을 떠올리게 하는 생동감 있는 종이”라고 말했다. V&A 본관 1층에 있는 한국관은 132?(40평) 규모로 800점이 넘는 도자기·현대미술·공예품 등이 전시돼 있다. 그는 “한국관은 특히 현대미술과 디자인을 공부하는 여러 나라의 학생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맥킬롭 위원은 이번 방한이 열두 번째다. 한국관 설립을 위해 인사동과 한국의 주요 박물관을 여러 차례 방문했기 때문이다. “영국과 한국에서 한국을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작품들 위주로 수집해 한국관을 꾸렸어요.”

그는 “10대 땐 박물관 관람을 어떤 놀이보다 즐기던 소녀였고, 20대엔 동양의 문화와 언어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중국어 석사를 마친 뒤 1977년에 중국 베이징대에서 중국 역사와 문화를 공부했다. 83~85년엔 영국 런던대 SOAS(동양·아프리카대)에서 한국 언어와 역사를 배우기도 했다.

맥킬롭 위원은 “90년대와 비교해 한국의 박물관은 전시 큐레이팅 실력이나 통역 서비스와 같은 관람 환경 면에서 놀랍게 발전했다”면서도 “젊은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V&A의 모토는 ‘현재가 과거를 아우른다’입니다. V&A는 신진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늘려 과거와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어요. 박물관은 현재와 과거가 대화하는 공간이어야 하니까요.”

이날 막을 내린 ‘문화소통포럼 CCF 2016’은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사장 최정화)이 주최했으며 미국의 재즈 보컬리스트 팀 스트롱, 호주의 유명 바리스타 폴 바셋 등 세계 각국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가했다.

글=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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