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로또 당첨금에 멍든 가족…1인 시위 어머니에 모욕죄 적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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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경남 양산에서 로또에 당첨된 아들이 자신을 버리고 갔다며 1인 시위를 벌인 70대 할머니가 모욕죄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양산경찰서는 주거침입과 재물손괴 등 혐의로 A씨(78·여)와 A씨의 두 딸, A씨 사위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5일 오전 10시30분쯤 A씨 아들 B씨(58)가 사는 양산시 한 아파트 현관의 전자식 잠금장치를 휴대용 드릴로 부수고 집에 침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양산시청 앞에서, 또 B씨 아파트 앞에서 아들을 가리켜 ‘패륜아’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여 모욕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 7월 로또 1등에 당첨됐다. 당첨금은 40억 원가량으로 세금을 제하고 27억 원가량을 받았다.

이때부터 가족간 갈등이 불거졌다. 표면적인 이유는 A씨 봉양 문제였지만 주변에선 B씨가 부인과 이혼한 뒤 어머니 A씨가 B씨의 아들과 딸을 돌봐줬는데도 당첨금을 제대로 나눠주지 않은 게 원인으로 보고 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B씨는 가족들에게 행방을 알리지 않은 채 양산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수소문 끝에 지난달 5일 B씨 아파트를 찾아낸 이들은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화가 난 A씨 등이 강제로 현관문을 여는 과정에서 전자식 잠금장치가 부서졌다. 결국 B씨는 어머니와 누나, 여동생 등을 경찰에 고소했다. B씨를 비난하며 1인 시위를 벌인 A씨에게는 모욕 혐의가 추가로 적용됐다.

경찰 관계자는 “공익이 아닌 개인을 대상으로 비난 문구를 적어 1인 시위를 벌여서 모욕 혐의가 적용됐다”며 “모욕죄는 친고죄여서 B씨가 고소를 취하했으면 모욕 부분 수사는 종결됐을 텐데 고소를 취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산=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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