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헬리콥터 부모…대학에 텐트 치고 자녀 수발

중앙일보

입력

중국에서 대학들이 새 학기를 맞이하면서 학생을 배웅하는 학부모들을 위해 교내 체육관 등에 텐트 수백 개를 설치한 텐트촌을 만들고 있다고 미 온라인매체 쿼츠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사 이미지

2012년 톈진대학 체육관에 마련된 텐트촌. 학부모들은 새 학기가 시작되면 이곳에 며칠 동안 머무르며 학생들이 기숙사에 자리잡도록 돕는다. [사진 톈진대학]

최근 중국에선 학부모들이 학기가 시작되면 학생을 집에서 대학까지 데려다 주고 학생이 기숙사에 자리를 잡을 때까지 며칠 동안 대학에 머무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대학의 텐트촌은 이 같은 학부모들을 위해 대학 측이 직접 마련하는 것이다. 학부모 텐트촌은 4년 전 톈진(天津)대학에서 처음으로 만든 이래 시안(西安)의 서북공업대학, 광둥(廣東)성 산토우(汕頭)대학 등 중국 각지의 대학으로 퍼지는 추세라고 쿼츠는 전했다. 톈진대학엔 올해 550여 개의 텐트가 설치됐다.

기사 이미지

올해 톈진대학에 마련된 텐트촌엔 550여개의 텐트가 설치됐다. [사진 톈진대학]

톈진 소재 집에서 차로 11시간 거리인 상하이의 한 대학으로 딸을 데려왔다는 한 엄마는 "외동딸이 너무 걱정돼서 10일 휴가를 내고 남편과 함께 딸을 학교까지 데려왔다. 올해 20세인 딸은 한 번도 기숙사에 살아본 적이 없다. 딸이 기숙사에 들어가 자리를 잡을 때까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이틀 동안 대학에 머물면서 딸이 기숙사에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뒤에야 상하이 관광을 즐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기사 이미지

가족 14명과 함께 대학에 온 안후이대학 학생과 그 가족들. [사진 안후이대학]

산토우대학에 외동아들을 데려온 한 학부모는 "학교 근처 호텔은 이미 만실이어서 방을 구할 수가 없었다. 나 같은 학부모들이 많다"며 "텐트에 베개가 없지만 매트리스가 깔려 있고 에어컨도 가동돼 꽤 편안하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하루 정도는 잘 만하다"고 말했다. 산토우대학에선 텐트조차 부족한 까닭에 이 학부모는 전혀 모르는 사람과 텐트를 같이 써야 했다고 쿼츠는 보도했다. 산토우대학은 지난해까지 누울 자리도 없는 교실에 학부모들을 머물게 했지만 올해 들어 처음으로 텐트 30개를 설치해 학부모들을 수용했다.

학부모뿐 아니라 이모, 삼촌, 조부모, 사촌 등 다른 가족들까지 학생과 함께 대학을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쿼츠에 따르면 지난해 안후이(安徽)성 안후이대학의 한 학생은 가족 14명을 대동하고 대학을 찾아와 화제가 됐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