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전날에 확정된 시진핑·아베 회담…G20 끝난 뒤 양국 국기도 안 걸고 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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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5일 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폐막한 뒤 따로 만나 대화를 나눴다. 과거사 문제와 영토 분쟁, 최근에는 남중국해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양국 정상의 만남은 2014년 11월과 2015년 4월에 이어 세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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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폐막 후 열린 중·일 정상회담에서 만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두 정상은 2015년 4월 이후 1년5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했다. [항저우 AP=뉴시스]

이날 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최근 들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주변 해역에 중국 선박이 반복해 접근하는 데 대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중국의 영해에서 합법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며 반박하면서 회담은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양국은 핫라인 설치 등 분쟁 해역에서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해 극단적인 대립은 피했다고 중·일 관계 소식통이 전했다.

격 떨어지는 비공식 회담
센카쿠 문제 놓곤 평행선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아베 총리는 상설중재재판소의 판결을 존중하라고 중국에 촉구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남중국해 문제는 중국과 해당 동남아 국가 사이에 해결할 문제이며 일본은 당사자가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이날 중·일 정상의 세 번째 회담은 성사 자체가 난산이었다. 아베 총리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을 지난달 25일 베이징으로 보내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나게 하는 등 G20 회의를 계기로 한 정상회담 성사에 공을 들였다. 한 외교소식통은 “야치 국장의 방중을 통해 회담이 어떤 형식으로든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퍼지긴 했으나 중국 측은 회담 하루 전날까지도 확실한 일정을 주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2014년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처음 만났으나 당시엔 정식 회담의 형태가 아닌 상견례 성격이었다. 당시 시 주석은 아베 총리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외면하는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이듬해 4월 인도네시아에서의 두 번째 만남에서 두 정상은 보다 장시간 대화를 했으나 회의장에 국기를 게양하지 않아 정식 회담의 형태를 갖추지 못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이날 1년5개월 만의 세 번째 만남이 성사됐지만 남중국해 항행 문제와 동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에 대한 기본 입장은 좁혀지지 않았다. 회담 소식통은 “중·일 관계가 개선되리라고 전망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항저우=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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