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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원의 뚜벅뚜벅 라틴아메리카] 브라질② ‘황금 도시’로 가는 길, 빠라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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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랴 그란데 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남쪽으로 4시간 30분 내려가면 브라질 현지인에게 사랑받는 여행지 빠라지(Paraty)에 도착한다. 알록달록한 색감의 식민지 시대 건물이 늘어선 빠라지의 올드타운은 ‘빠라지 역사지구’로 200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그 아름다움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빠라지는 ‘투피족’의 언어로 ‘물고기의 강’이라는 뜻으로 브라질의 동쪽 해안 ‘코스타 베르데’에 속해 있으며 ‘일랴 그란데 만’을 품고 있다.

이 작고 오래된 마을의 기원은 15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이아나 인디언들이 주류를 이루었던 이 지역은 1667년부터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기 시작했다. 1697년 세계에서 가장 큰 금광인 ‘미나스 제라이스 금광’이 발견됐고, 금광에서 캔 금을 유럽으로 실어 나르는 항구로서 빠라지가 개발됐다. 이른바 ‘황금의 길’이라 불리는 ‘카미뇨 두 오루’의 기점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바다에는 금을 노린 해적이 들끓었던지라, 해상 루트보다 내륙 루트가 애용됐다고 한다. 18세기 들어 금광마저 쇠락하면서 빠라지는 쓸쓸한 마을이 되었다. 대신 금이 오갔던 해상 루트를 통해 노예무역이 성행했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계 브라질인인 ‘물라토’ 인구도 크게 늘었다. 마을에선 흑인 봉기가 자주 일어났으며 그 흔적이 여전히 마을 곳곳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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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라지 역사지구.

빠라지로 가려면 상파울루나 리우데자네이루 버스터미널에서 매시간 운행되는 코스타 베르데 행 버스를 타면 된다. 빠라지 버스터미널에서 올드타운 역사지구까지 걸어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역사지구 중심에는 투어리스트 센터가 있어 빠라지와 관련한 각종 정보와 지도 등을 얻을 수 있다. 울퉁불퉁한 자갈이 깔린 빠라지 역사지구에는 차와 트럭, 버스 등의 진입이 불가능하다. 빠라지 구시가 여행은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야 한다. 여전히 말과 마차도 이용되고 있다. 250년 이상 된 건물들이 과거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차가 돌아다니는 거리를 보고 있으면 몇 세기를 훌쩍 뛰어넘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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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라지 풍경.

빠라지 여행의 적기는 여름철, 그것도 달이 차오르는 보름이다. 보름달이 뜰 무렵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마을의 골목길로 물이 들어찬다. 이 때 수면에 비치는 마을의 풍경이 매우 아름다워 이 시기를 노려 방문하는 여행객이 많다. 매우 짧은 기간 동안만 물이 마을로 들어오기 때문에 물에 반영된 마을을 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노사 세뇨라 다시 도레스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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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지구 끝자락 해안가에 자리한 ‘산타리타 교회’는 빠라지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로 1722년 물라토의 독립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졌다. 보트를 타고 나가 강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특히 아름답다. 해안에 자리한 ‘노사 세뇨라 다스 도레스 예배’당 역시 흰 색과 파란색의 조화가 돋보이는 오래된 예배당이다. 이 교회는 1800년 ‘안토니오 하비에르’ 신부에 의해 지어졌으며 1901년 리모델링 되었고 1990년대 들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이와 함께 방문하면 좋은 곳은 역사지구 중심가에 위치한 작고 소박한 외관의 ‘로사리오 교회’다. 1725년 아프리카 노예들을 위해, 노예들에 의해 지어졌기 때문에 그 의미가 깊다. 타 교회와 비교해 심플하면서도 오래된 느낌이 특히 매력적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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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 다 쿨투라.

빠라지 역사지구를 거닐다 보면 만나게 되는 ‘까사 다 쿨투라’는 빠라지 지역의 역사와 생활상에 대해 잘 알 수 있게끔 꾸민 박물관이다. 현지 주민들의 오디오 및 비디오 인터뷰, 각종 사진 및 영상 자료 등을 통해 이 지역의 문화를 배울 수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한 번 방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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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탈해변.

역사지구 북쪽으로 이어진 다리를 건너면 조용한 ‘폰탈 해변’이 나온다. 파도가 없고 수온 역시 높은 편이다. 카약이나 서핑 보드 등을 즐기기 제격인 해변이다. 이 해안가에는 여러 개의 배낭여행자 숙소가 있으며 해안가 테이블에서 맥주를 즐기거나 쉬기에도 좋다. 대부분의 호스텔이 3~4명이상의 인원이 모이면 보트투어를 연결해준다. 일랴 그란데 만 3~4곳의 지점을 들러 스노클링을 즐기고 돌아오는 일정이다. 빠라지 주변엔 50여 개 섬과 해변이 있어 수영과 스노클링, 카약킹 등 다양한 해양 액티비티를 즐기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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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이 샤베트.

버스터미널 인근의 메인 로드인 ‘로베르토 실베이라 거리’에는 아사이 열매로 만든 생과일 주스를 파는 카페, 레스토랑이 여럿 있다. 아사이 열매가 듬뿍 들어간 주스와 아이스크림, 샤베트 등을 파는데 더운 날씨에 지쳤다면 꼭 한번 맛보자. 뿐만 아니라 빠라지는 럼과 유사한, 사탕수수를 증류해 만든 술 ‘까샤샤’로도 유명하다. 빠라지 내엔 분위기 있는 술집과 바가 많으니 역사지구를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면 야외 테이블에 앉아 시간을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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