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격」자제 논리적 대결|국회 대정부질문 여-야의 입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0일 시작된 이번 임시국회의 대정부질문은 대표연설에서 보다는 한 걸음 진전된 각 정당의 개헌논의가 표출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신민당의 직선제논거부각방침에 대해 민정당은 직선제=민주화는 아니라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있어 헌법문제는 대정부질문이 아닌 여-야간 질문의 양상이 될 전망. 또 이번엔 민정당도 사회·경제문제에 있어서는「개혁적 자세」로 사전 제약 없이 현안을 두루 언급한다는 방침이어서 민정당 발언의 고수위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여-야 모두 헌특 협상의 분위기를 고려, 과격발언은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의원내각제 시사>
민정당은 이번 대정부질문을 통해 노태우 대표위원이 대표연설에서 제시한 「나라의 진정한 민주화」라는 기본골격을 분야별로 구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민정당은 이를 위해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별로 총무단과 국책조정 위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한 차례 회의를 갖고 이어 전체 발언자회의를 가졌으나 과거와는 달리 총무단이나 국책조정 위에서 특별한「지침」이 없었다는 점이 특징. 다만 중복을 피하기 위한 사전조정이 있었을 뿐이라는 얘기인데 한 질문의원은『원고내용을 검토 받지 않으니 오히려 얼떨떨하다』고까지 피력할 정도.
민정당은 우선 정치분야에서 3명의 의원이 모두「직선제만이 민주화」라는 야당의 시각을 비판한다는데 역점을 두기로 했다.
한 당직자는『정치분야 질문자들이 직선제의 폐해를 열거하면서 직선제=민주화라는 등식은 성립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날 질문에 나서는 조기상 의원은『현재와 같은 지역감정 등을 고려할 때 만일 직선제를 하게 되면 선거기간 중에「인천사태」와 같은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면서『과거에 의원내각제를 주장해 온 전통야당이 직선제로 바뀐 것은 어떤 이유인지를 제시하라』고 주장한다.
조 의원은 더 나아가『의회가 1인 카리스마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진정한 정치의 중심으로 되는 게 민주화가 아니겠느냐』고 반문, 결과적으로 의원내각제에 대한 지지입장을 표명하는 듯한 주장을 했다.
허청일 의원은『신민당이 대 타협을 위해 장내로 들어왔다고 하면서도 헌특에 전제조건을 달거나 장외투쟁에 대한 확실한 태도표명이 없는 것은 양수겹장을 노린 것이 아니냐』면서 현 안보상황이 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지의 여부도 질문할 예정.
사회분야에서는 주로 학원 가와 노동계에서 표출되고 있는 급진좌경의 실체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이에 대한 정부방침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경제분야에서는 △부실기업 △외채 △지방경제활성화 △대기업에 대한 편중대출 등 모든 경제현안을 거론, 철저히 따져 나가기로 했다고 경제분야의 총무 단 관계자인 박재홍 의원이 밝혔다.
한편 민정당 정책위는 △대학졸업정원제폐지 △교육민주화 교사징계 등 1백3개의 정책과제를 선정, 정부입장 설명을 의한 유도성 질문도 하도록 조치.

<사면-복권도 요구>
신민당은 이번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직선제의 확고한 논거를 제시하는데 가장 역점을 두기로 했다.
이에 따라 김동영 총무는 질문자들과의 회의에서『발언의 수위 등 자극적 표현보다는 차분한 논리로 상대방을 제압하고 보충질문을 통해서라도 부실한 답변은 계속 추궁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분야 질문자인 김영배·김형래·명화섭 의원 등은『물론 직선제 개헌의 당위성을 언급하겠지만 헌특도 구성되지 않은 마당에 직선제논거제시에 질문 전부를 할애하기는 어렵다』면서『호헌에서 개헌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었던 정부-여당의 약점, 정권출범과 관계된 문제들도 짚지 않을 수 없다』고 예고했다.
또 잇단 분신자살과 사회 각분야에 만연된 긴장이 민주화 일정제시를 거부해 온 정부·여당에 책임이 있음을 뚜렷이 밝히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민당은 민정당의 금년내 개헌론의 진의를 묻고 민주화를 주장해 왔던 구속자의 석방과 김대중씨 등에 대한 사면·복권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는 쪽으로 논리를 몰아갈 작정이다.
경제분야의 질문에 나서는 조병봉·김봉조 의원은『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부실기업의 은폐지원, 농어촌 경제의 피폐상, 외화도피문제, 중소기업 육성책과 노동자·농민의 생존권 보장책 등 경제현안을 폭 넓게 다루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3저의 호기에도 불구하고 정치권력과 유착된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 때문에 사실상 우리 경제가 악화되고있다고 주장, 이 문제도 민주화로 해결해야한다는 결론을 도출한다는 것이다.
사회분야의 조순형·김동주 의원은 구속 자 석방·언론·학원·농어촌문제와 사회의 각종 병리현상 및 인권문제 등을 따지겠다고 했다. 그러나 신민당 질문자들은 모두『이번 국회가 어느 때보다 평탄한 국회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과거처럼 발언수위로 물의를 일으켜 주목을 끌려는 욕구(?)가 다소 줄어든 느낌이다.
또 예전 같으면 서너 차례 모임을 갖고 발언내용의 조정을 하기도 했을 질문자-총무 단 연석회의가 한번밖에 없었고 파란을 야기해 대화국면의 정국을 깨거나 헌특 구성을 불가능하게 하는 사태가 없어야겠다는 것이 이심전심의 분위기인 것 같다.
그럼에도『대화정치 하자는 것이 집권여당의 잘못까지 눈감아 주자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저들의 시행착오는 철저히 파헤치면서 민주화로의 고삐를 계속 당겨야 한다』는 말도 나돌고 있어 국지적분쟁의 소지는 여전하다고 봐야겠다. <안희창·이재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