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자립 섬이라더니…통영 연대도, 태양광 발전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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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시 산양읍 연대도 연대봉(220m) 인근에서 바라본 태양광 발전설비. [사진 통영시]

경남 통영시 산양읍 삼덕항에서 배로 20여 분 거리인 연대도. 섬 선착장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이 1층 마을회관, 2층 방문자센터로 사용되는 ‘패시브(passive) 하우스’다. 이 건물은 건물 안에서 발생하는 사람의 체온과 조명등의 열, 창문으로 들어오는 태양열을 최대한 활용한다. 또 내부 열이 새나가지 못하게 단열을 최대한 높여 별도 난방 없이 겨울을 지낼 수 있다.

지난해 인버터 교체 공사 뒤
통영시와 납품업체 간 다툼
소송으로 번지며 재가동 기약없어
주민들 전기료 두세 배 나오며 피해

인근에 에코체험센터도 있다. 폐교를 리모델링해 자전거 발전기, 인간동력 놀이기구 등을 작동해보며 에너지 생산과 절약과정을 경험해볼 수 있는 시설이다. 마을 뒷산에는 마치 조립식 건물의 지붕처럼 보이는 태양광 발전소 모듈(태양열을 모으는 네모난 판) 수십 개가 설치돼 있다. 주민들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시설이다.

연대도가 2011년부터 ‘국내 최초 에너지 자립 섬, 탄소 제로 섬’으로 전국에 알려진 이유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태양광 발전기의 가동이 중단되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2011년 통영시는 연대도에 국비(8억3700만원)·도비(2억900만원)·시비(3억4900만원)를 투입해 50대의 태양광 발전기 등을 설치하는 에코아일랜드 조성사업을 했다. 그 결과 50가구 80여 명의 주민은 태양광발전소에서 하루 평균 550㎾(가구당 11㎾) 정도의 전기를 낮 동안 사용했다. 육지에서 공급되는 비싼 전기 사용을 크게 줄이면서 전기료는 가정당 기존의 20~25%만 낼 수 있었다.

그러나 2014년 태양광 발전기에서 생산한 직류 전기를 교류로, 전압을 220V로 높이는 인버터 장비가 절반 정도 고장이 났다. 통영시는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2015년 7월 전체 인버터를 교체하는 공사를 했다. 하지만 교체 공사 뒤에도 태양광 발전기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자 통영시와 납품업체 간 다툼이 일었다. 통영시는 “업체가 시에서 요구한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납품업체는 “ 정상적으로 납품했다”고 맞섰다. 통영시는 결국 인버터 공사 비용 6000만원을 납품업체에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뒤질세라 납품업체는 지난 3월 주소지인 경기도 수원지법에 “공사비를 달라”는 취지의 민사소송을 냈다. 지금까지 두 차례 재판이 진행됐다. 연대도가 1년 넘게 ‘무늬만 에코아일랜드’가 된 사연이다.

문제는 사태 장기화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1심 결과가 나와도 양쪽 중 한쪽이 항소를 하면 2심과 대법원 판결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통영시와 납품업체쪽 변호인은 “현재 재판 중이어서 소송과 관련한 자세한 입장이나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최두기(72) 연대도 이장은 “태양광발전기 가동이 중단되면서 1만~2만원 나오던 전기료를 다시 4만~5만원씩 내고 있다”며 “하루 빨리 소송이 마무리 돼야 주민 피해가 줄고, 에코아일랜드 이미지를 되찾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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