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춘FC "중국도 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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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한국과 중국의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차전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3만명이 넘는 중국인 축구팬 추미(球迷) 사이에는 아마추어 축구팀 통다오웨이예(同道偉業) FC 소속 선수 20여명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주장 천리에웨이(33) 씨는 "손흥민·기성용 등 해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을 상대로 중국도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전날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열린 한국의 아마추어 팀 STV FC와의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들은 한 달 가량 훈련하면서 아마추어 한·중전을 준비해왔다. 팀 중앙 수비수 쉬레이(31·許雷) 씨는 "중국 축구는 늘 한국에 졌다. 비록 아마추어 경기지만 중국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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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다오웨이예 FC는 중국의 스포츠 마케팅 업체인 통다오웨이예가 만든 아마추어 축구팀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쳐 미생(未生)에서 완생(完生)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국내 예능 프로그램 청춘 FC를 모델로 삼았다. 중국 전역에서 축구를 좋아하거나 축구 선수를 꿈꿔온 700여명은 지난 7월 3차례 오디션을 거쳤고, 이 가운데 17명의 정예 멤버들이 살아남았다.
이들의 목표는 ‘타도 한국’이었다. 감독을 맡은 동루(董路·47) 중국 LETV 축구 해설가는 "그동안 한국은 중국이 넘지 못한 큰 벽이었다. 국가대표 한·중전을 앞두고 전국에서 모인 아마추어 선수들이 한달 가량 훈련을 했다. 한국 팀과 경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매니저로 일하는 장화(張?·27)는 동다오웨이예 FC의 입단 테스트를 위해 왕복 2400여㎞의 먼거리를 오갔다. 그의 집이 있는 중국 서부 닝샤(寧夏)에서 베이징까지의 거리는 1180㎞. 그는 11시간 가량 기차를 타고 오디션에 참가했다. 그는 "심사위원들이 '멀리서 온 내 열정에 감동했다'며 그 덕분에 거뜬하게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말했다. 베이징에서 지하철 기관사로 일하는 쉬레이는 "두 아이의 아빠라는 책임감을 갖고 뛰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통다오웨이예 축구팀에는 금융업·교사·개인사업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선수들이 포진했다. 프로 선수를 꿈꾸는 대학생 선수 3명도 문을 두드렸다. 동루 감독은 "각자 자라온 환경은 달라도 축구로 똘똘 뭉쳤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달부터 매주 두 차례씩 훈련을 하며 조직력을 다졌다. 그리고 대표팀 한·중전을 앞두고 한국을 꺾었다. 동루 감독은 "김영권·홍정호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잇따라 중국에 진출해 한국 축구는 드라마·예능 못지 않게 중국에서 인기가 높다. 앞으로 한·중 아마추어 교류전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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