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개정안 "지상파 3社만 유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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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방송위원회는 23일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따른 신규 서비스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방송위 권한을 강화한 방송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방송위는 부처간 협의를 거쳐 올 가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보통신부가 즉각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전면 재고할 것을 요구하는 등 관련 부처간 갈등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방송위는 또 뉴미디어 시장에 대한 대자본의 유입을 제한, 기존 지상파 방송만 유리해졌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개정안 주요 내용=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데이터 방송 등 새로운 서비스들이 방송법에 규정됐다. 지하철 방송.휴대폰 방송 등 방송과 통신의 경계서비스도 '별정방송사업자'로 신설됐다.

방송위는 그러나 지상파 DMB 등 일부 신규 서비스에 대해 대기업.통신사업자.신문사가 참여할 수 없도록 진입 장벽을 쌓았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 SO) 와 위성방송사업자에 대한 대기업 등의 소유제한(33%)도 그대로 유지했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한해서만 외국인 소유 한도를 33%에서 49%로 늘렸다(보도와 종합편성 채널 제외).

이에 대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막대한 디지털 전환 비용이 필요한 상황에서 자본 유입 길을 안 터준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상파 TV엔 기 죽나?=방송위는 지난 15일 방송사업자에 대한 출입.조사권을 신설하고, 자회사 등 특수관계자의 프로그램을 외주비율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지상파 방송사 노조 등이 크게 반발하자 22일 회의에서 백지화됐다.

방송가에서는 지상파 DMB등에 경쟁력 있는 거대 뉴미디어 방송사업자의 출입이 봉쇄돼 결국 지상파 TV에 반사 이익이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하반기 선정할 지상파 DMB 사업자의 경우 독자적으로 진출할 여력이 있는 사업자는 지상파 TV외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케이블TV협회.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관계자는 "지상파 3사 출신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2기 방송위가 지상파에 대해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 놓았다.

부처 간 갈등 불 보듯=방송위는 "갈등을 강조하지 말아달라"고 말했지만 문화관광부.정통부와의 전쟁은 불가피하다.

방송위는 방송영상정책과 관련, 문화관광부와 '합의'토록 한 것을 '협의'로 바꿨다. 방송위 추천을 받아 정통부 허가를 받도록 돼 있는 방송허가 절차도 고쳐, 방송위가 방송사업자 허가권을 갖겠다고 규정했다.

이렇게 방송위가 스스로 권한을 키우는 데 대해 문화관광부와 방송통신부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해 문화관광부는 방송영상산업 진흥을 위해,정보통신부는 디지털 방송산업을 국가성장동력으로 끌고 가기 위해 독자적인 방송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 역시 뉴미디어 시장의 규제 완화 등을 담은 법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여 방송법 개정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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