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0억엔 치유재단에 송금 조치...배상금 여부 놓고 갈등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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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본대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 일본 정부는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화해ㆍ치유재단(치유재단)’에 10억엔(108억원)을 31일 전달했다. 치유재단에 따르면 일본 측은 이날 재단 계좌로 10억엔을 보내는 송금 조치를 완료했다. 치유재단은 10억엔 가운데 80%를 피해자들에게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다. 치유재단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는 245명이다.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치유재단에 전달함에 따라 돈의 성격을 놓고 논란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10억 엔은 배상금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나눔의 집 관련 시민단체는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과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일본 정부가 배상금이 아니고 법적 책임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성노예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 생존자는 일본 정부가 지급한 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가 있다.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9) 할머니는 “정부를 믿고 살아왔는데 너무 서운하고 분하다. 법적 배상금이 아니므로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군자(90) 할머니도 “일본의 더러운 돈 안 받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경향신문은 외교부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요청한 10억엔 정보 공개 청구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민변 소속 송기호 변호사는 “10억엔의 법적 성격에 대해 협의한 내용을 외교부에 공개하라고 청구했지만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를 사유로 최종 거부했다”고 말했다.

10억엔 송금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일본 정부가 요구하고 있는 소녀상 철거에 대한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5개 단체는 이날 오전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화견을 열고 "위로금에 불과한 10억엔으로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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