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급기량에 무릎꿇은 불꽃투혼|아르헨전 분석 선수기용-수비위주 작전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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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은 안간힘을 다했으나 월드컵본선무대는 역시 한국축구가 넘보기에는 매우 높고 벅찼다.
3-1의 스코어는 행운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일찍 2골을 뽑은후 느긋해졌고 추가득점에 전력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회벽두에 기적적 돌풍을 일으켜 보겠다던 한국의 꿈은 끝내 꿈으로 끝나고 말았다.
김정남감독의 전략은 『전반30분이상 실점을 않도록 수비에 전념하고 그 이후 역습을 노린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스타팅멤버에 김평석을 넣고 김용세·정용환과 함께 사실상「트리플스토퍼」(3명의 스토퍼)를 세우는 변칙대형을 채택했다.
이전형은 공격을 완전히 포기한 형태였다.
이에대한 의문과 불만은 당초부터 있었다.
그것은『강한 공격이 곧최선의 수비』라는 축구상식을 토대로 공격의 플레이메이커로서 가장 유능한 존재인 조광래를 선발로 기용하는 정석대형이 바람직하다는 견해였다.
이와함께 허정무가 본연의 자리인 미드필드에서 「마라도나」를 막고 왼쪽 풀백자리는 그자리에 적격인 김평석이나 정종수가 맡는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김평석이 「마라도나」의 카운터파트가 못되고 왼쪽수비의 허정무마저 그게 흔들림으로써 초반에 연속실점, 김감독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세계적인 큰무대에 처음 나선 한국 선수들은 긴장이 지나쳐 몸이 굳을대로 굳어있었고 심리적으로도 위축돼 초반허둥대다 수비가 마구 뚫린것이다.「클라우센」 「카레」등 유명한 아르헨티나의 노련한 수비수들은 최전방에서 외로이선 차범근의 행동반경을 크게 속박했고 최순호는 이미 염려했던대로 몸사리는 소극적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
김감독으 앞으로의 경기에 유용한 교훈을 얻었을 것이며 선수기용등에 변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날 3만5천여 멕시코관중과 기자회견 석상에서의 1백50여 각국기자들이 한국팀에 보내준 성원과 격려에서 나타난 것처럼 32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등장, 서막을 장식한 한국의 불같은 투혼, 끝까지 게임을 포기하지 않고 줄기찬 반격을 편 끈기는 오래 기억될만했다.
경기가 끝날 무렵 장내 아나운스먼트가 소련-헝가리의 6-0스코어를 알리자 멕시코관중들은 폭소를 터뜨린후『비바 꾜레아』를 외쳤다.「한국의 선전」을 확인해 준것이다.<박군배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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