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민주-자유당 전격 합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일본의 제1야당인 민주당과 보수야당으로 제3당인 자유당이 23일 전격적으로 합당을 선언했다.

민주당의 간 나오토(菅直人.사진(左))대표와 자유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사진(右))당수는 23일 밤 도쿄(東京)의 뉴오타니 호텔에서 만나 양당이 오는 9월 말까지 합당키로 합의했다.

두 당수는 ▶자유당이 해산한 후 민주당에 합류하는 형식을 취하고▶당 대표는 간 민주당 대표가 맡되 당 운영은 민주당 집행부가 담당하며▶당 규약과 정책.공약 등은 민주당의 것을 계승키로 하는 등 여섯가지 항목을 담은 기본 합의서에 서명했다. 양당은 곧 합병준비위원회를 설치해 세부적인 합당 조건과 절차를 합의할 방침이다.

간 당수는 합의 후 "양당이 전격적으로 합당에 합의한 것은 오는 가을로 예상되는 중의원 선거에서 여당인 자민당을 누르고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선 야당 세력을 서둘러 결집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민주당과 자유당은 각종 선거에서 협력해 자민당에 맞섰으나 양당이 아예 합당해 한몸이 되는 것이 득표에 더욱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민주당은 중의원 1백13석과 참의원 58석(정당활동을 제한받는 부의장 제외), 자유당은 중의원 22석과 참의원 8석을 차지해 양당 의원 전원이 합당에 가세할 경우 통합 민주당은 중의원 1백35명과 참의원 66명, 합쳐서 2백1명의 의원을 거느린 거대 야당이 된다.

이럴 경우 중의원 2백41석 등 모두 3백55석을 보유한 자민당과 차기 중의원선거에서 정면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르면 24일 상임간사 회의를 열어 양당 간 통합을 추인할 예정이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선 정략가 기질이 있는 오자와 자유당 당수에 대한 불신을 이유로 합당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어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이 합당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자유당은 당 해산에 반대하는 일부 당원 때문에 곡절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당은 지난해 11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당시 민주당 대표와 오자와 자유당 당수가 합당을 합의했으나 하토야마 대표가 물러난 데다 반대론이 거세 지난 5월 이후 통합 논의를 중단했다.

한편 자민당과 함께 연립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제3당 공명당의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 대표는 "선거를 눈앞에 두고 합당을 한 것은 이념이나 정책과는 관계없는 야합"이라며 "이 합당은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