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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한 농업·교육상…김정은, 공개처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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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농업과 교육 정책을 담당해온 내각상(相·장관에 해당) 두 명이 최고지도자에 대한 불경과 ‘반(反)혁명’ 등의 죄목으로 이달 초 공개처형됐다고 대북 소식통이 29일 말했다. 이번 처형은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태영호 공사 일가의 탈북 사태 와중에 이뤄져 핵심 엘리트 이탈 방지를 위한 김정은(얼굴) 노동당 위원장의 강수란 분석이 나온다. 태 공사의 탈북은 이들의 처형 전인 지난달 말 평양에 보고됐다.

대북소식통 “고사총으로 쏴”
농업상, 체제 도전 반혁명죄
교육상, 회의서 졸다 괘씸죄

대북 소식통은 “처형된 북한 농업상은 지난 4년간 내각의 농업 문제를 책임져온 황민이란 인물”이라며 “그가 추진해온 사업이 김정은 체제에 대한 정책 도전으로 결론 나 처형당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북한은 황민에 대한 검열에 착수한 지난 6월 말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후임 농업상(고인호)을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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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4~6월 주민 1인당 하루 360g(유엔 권장량의 62% 수준)의 식량을 배급해 2011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식량 사정이 여전히 어렵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인 1997년 아사자가 대량 발생하자 농업담당 당 비서 서관희를 간첩 혐의로 몰아 처형해 민심을 수습하려 한 적이 있다.

소식통은 또 “‘이영진’으로 알려진 교육상의 경우 김정은 위원장이 주재한 회의석상에서 꾸벅거리며 졸다가 괘씸죄를 샀다”며 “현장에서 연행돼 보위부의 집중 조사를 받았는데 수령 모독과 비리·부패 등 여러 가지 죄목이 드러나 처형당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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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소식통은 “공개처형은 김정은의 특별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형 집행은 평양 소재 강건종합군관학교에서 고사총(주로 항공기를 사격하는 데 쓰는 기관총) 사격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같은 노동당·군부 인물이 아닌 내각 전문부서의 장관급 엘리트 간부를 처형한 사실이 드러난 건 처음이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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