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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브랜드 경쟁력] 브랜드 관리, 빅데이터 분석만으로 충분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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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마케터에게는 불변의 진리다. 시장상황과 소비자 의견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마케터의 상상과 추측만으로 브랜드를 관리하면 위험하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소비자 마음을 읽기 위해 설문조사와 인터뷰 등을 활용한 기법이 한 세기 동안 활용되었다. 그런데 신속하게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고, 시장 움직임을 빨리 감지하고 싶은 마케터의 욕망이 대두되었다. 이를 해결해 줄 도구로 빅데이터 분석이 화려하게 등장했다.

기고 이춘선 한국생산성본부 부문장·경영공학 박사

빅데이터 분석은 소셜 미디어에서 비정형의 수많은 단어와 문장으로부터 브랜드에 대한 네티즌들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취합하여 분석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해진 설문항목에 대하여 소비자가 응답한 결과를 분석하는 기존의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아직 초기 단계라 분석 결과의 정확성과 신뢰도는 계속 검증되어야 하지만 마케터들에게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첫째는 신속성이다. 소비자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취합할 수 있고,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보완할 수 있고 브랜드 활동의 평가 측정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 둘째는 정보 왜곡성 완화이다. 부정적 사건의 발생 시점 직후에 설문조사를 할 경우 그동안의 우호적이었던 목소리들이 도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빅데이터 분석은 과거 일정 시점에서 사건 발생까지의 누적된 목소리를 통합하여 분석할 수 있기에 브랜드에 대한 트렌드 파악이 가능하다. 셋째는 다양하고 특이한, 그리고 설문조사에 얻을 수 없었던 소비자 의견을 들을 수 있어 브랜드 관리의 유용성을 높여준다.

물론 브랜드 관리를 위한 소비자 의견 분석에 있어 빅데이터 분석만이 전부는 아니다. 빅데이터 분석은 비정형화된 언어들을 분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숫자에 익숙한 마케터들에게는 인사이트를 추출하거나 경쟁 브랜드와의 비교 분석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도 많다. 무엇보다 특정 문장에 대하여 긍정어나 부정어를 구분하기 힘들 경우 분석자의 주관성이 일부 개입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브랜드 관리를 위해 설문조사와 빅데이터 분석이 병행될 것을 권장한다. 물론 예산은 뒷받침 되어야 한다. 2015년 제너럴 밀스에서 은퇴하기까지 미국 식품업계 최장기 CMO였던 마크 애딕스는 “빅데이터 활용 전략은 단기적인 판촉과 장기적인 브랜드 구축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빅데이터 분석과 소비자 의식을 숫자로 분석할 수 있는 설문조사를 통해 브랜드가 처해 있는 상황을 체계적으로 관찰하고 대응할 수 있음을 뜻한다. 여러 재료와 양념이 잘 버무려져야 맛있는 음식이 되듯이, 설문조사와 빅데이터 분석을 적절하게 병행해야만 마케터가 의도하는 브랜드 관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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