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수입 경쟁 과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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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외국영화수입은 과연 황금시장인가.
최근 정부가 그동안 막혀있던 외화수임의 문용 활짝 개방하자 영화계에서는 너도나도 외화를 들여오겠다고 나섰다.
영화진홍공사가 지난3일부터 외화수입업등록을 받기시작한이래 보름전인 19일현재부터 47개회사가 등록을 마쳤다.
관계자들은 지금도 계속 등록신청이 몰려들고 있어 앞으로 적어도 10∼20개사 정도는 더 등록할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 등록을 마친 회사는 그동안 외화용 수입해오던 20개 기존영화사 가운데 동아수출·화선·화풍 한친·동아흥행·연방영화사 등 14개사와 대한·명보·코리아 단성사 등 극장들도 직접 외화를 수입하겠다고 나서 현재 8개 극장이 등록을 끝냈다.
이들 외에 그 동안 영화계에서 기획·배급업자로 일하던 이들도 각각 독립해 나와 수입을 등록했다.
이같은 수입등록 러시에는 비단 영화계뿐 아니라 사채업자·부동산업자·대기업까지 참여하거나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화수입이 투기의 대상이 되거나 과열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현재 영화계에서는 이름난 사채업자인 S모씨가 10개가 넘는 수입사에 뒷돈을 대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축중인 백화점에 극장을 짓고 있는 D·H·L기업 등 대기업들도 직접 외화를 수입해 상영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등록을 마치고 외화를 수입하려면 한편당 1억원씩의 진홍기금을 내야하는데도 이처럼 신청사가 쇄도하는 것은 외화를 들여와 상영하면 모두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수입업자들은 벌써부터 미국영화시장에 나가 외화 고르기 경쟁을 벌여왔다.
수입할 만한 수준작은 숫자가 한정되어 있는데다 이들이 서로 사겠다고 경쟁을 벌이는 통에 몇몇 작품은 값이 대폭 오르기도 했다.
현재 영화계에서 가장 흥행성이 높은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는 『람보Ⅲ』 『로키Ⅳ』등은 한국서 건너간 4∼5개업자가 서로 달려드는 통에 값만 크게 뛰어 당초 7O만∼80만 달러 정도면 살 수 있었던 것이 1백만달러 이상으로 뛰어올라 결국은 모두 포기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계에서는 앞으로 외화를 수임하면 많은 돈을 남기기는커녕 본전도 못건지고 파산하는 수입사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있다.
각 극장이 외화를 상영할 수 있는 기간은 정해져 있는데다 영화를 찾는 관객도 별안간 급증할 가능성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올7월부터 새 외화를 들여오는 수입사들은 새로 개봉할 극장을 잡는데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개봉관수는 거의 한정돼 있는데 많은 외화가 쏟아저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조짐은 벌써부터 일어나 최근 D극장에서 개봉된 한외화는 종전같으면 2∼3개월 상영을 보장받을 수 있었으나 한달도 못채우고 끝내기로 하는 조건으로 간신히 극장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외화수입이 개방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외화한편 들여오면 평균3억원 이상의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그래서 외화수입권은 한편당 3억원외 프리미엄이 붙어 영화사들 사이에 거래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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