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천문서 개시역 맡은 원미경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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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저하께서는 새로 태어나신 영창대군이있다는 사실을 항시 유념하셔야 합니다』지난 19일 밤 9시45분MBC-TV의 인기사극 『조선왕조5백년-회천문』의 한장면 개시로 분한 원미경양(26)은 나지막하면서도 싸늘한 음성으로 유약한 세자 광해군을 위압하고 있다
금개시일 천민출신에서 일약 상궁의 지위까지 떠올라 광해군의 총애를 한몸에 받으며 정사를 뒤흔들면서도 궁중의 시샘을 피하기 위해 끝끝내 후궁의 자리를 거부한 총명한 여인드라마『회천문』에서는 당대의 지략가 이이붕과 함께 탁월한 외교가였던 광해군을 인목대비를 유폐시키고 임해군 영창대군을 살해한 폭군으로 몰아가는 태풍의 눈으로 등장한다『임금을 손아귀에 쥐고 흔든다는게 얼마나 멋진 일이예요? 어차피 개시역을 맡은 이상 총명하고매혹적인 악녀상(?)을 보여드리겠어요』
84년 안방극장의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사랑과 진실』에서 보여준 불꽃같은 여자「미선」역으로 아직도 시청자들에게 생생한 원양은 오랜만에 TV사극에 출연, 처음엔 무척 긴장했지만 극중 개시가 워낙 당당한지라 녹화때는「세상에 거리낄게 없는 용기」가 솟는다고한다
그녀는 또 최근 개봉돼 인파를 모으고 있는 고전해학영화 『변강쇠』에서 청상살이 낀 에로티시즘의 화신「옹녀」역을 맡아 열연함으로써 폭넓은 연기력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출연했던 TV 영화 50∼60여편은 모두 앞으로를 위한 배우 수업이었다고 개시역을 계기로 1년에 1∼2편의 좋은 작품에만 출연,「진짜 원미경」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기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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