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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 들고 얼굴 째는 아이들…'성형수술게임'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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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업체 6677g가 출시한 `성형외과 의사` 게임. 연령 제한을 두지 않아 어린이들에게 그릇된 미적 가치관을 주입시킬 위험이 크다.

종이에 그려진 소녀를 여러 가지 옷과 액세서리로 꾸미는 추억의 종이인형 놀이. 요즘 종이인형을 갖고 노는 아이들을 보기 드물다. 대신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놀잇감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 아이들이 즐겨 하는 스마트폰용 모바일게임은 동심과 거리가 멀다. 알록달록 예쁜 옷을 입히는 놀이가 아니라 수술용 메스를 들고 얼굴을 째는 성형수술 게임이 인기다.

미용 성형 직접 하는 게임 인기
연령 제한 없이 앱스토어에 등록
어릴 때 미용 성형 거부감 없애
잘못된 미적 가치관 주입될 위험

셀 수 없이 많은 성형수술 게임들이 출시됐다. 얼굴 성형은 물론 지방흡입과 심지어 제왕절개수술도 게임의 소재가 됐다. 산모의 배를 가르고 아기를 꺼내는 수술 방식이 여과되지 않고 적나라하게 표현돼있다. 대부분 연령 제한을 두지 않아 아이들이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성형수술 게임인 '플라스틱 서전(성형외과의사)'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1000만 건이 넘는 다운로드 기록을 올리고 있다. 애플 앱스토에서도 연령 제한 없이 내려 받을 수 있다. 사용자가 의사가 되어 칼과 가위 등 각종 수술도구로 쌍꺼풀을 만들고 코를 높이는 등 미용성형을 하는 내용이다. 이 게임을 출시한 업체는 각종 외과수술, 출산, 미용 등을 소재로 한 어린이용 게임 수십 종을 출시했다. 그러나 홈페이지 어디에도 게임과 관련한 주의사항은 나오지 않는다. 컴퓨터로도 게임이 가능하다.

문제는 어릴 때 이런 게임을 접한 아이들이 성형수술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성형=미용'이란 잘못된 인식으로 외모지상주의에 젖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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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의 배를 갈라 아이를 꺼내는 제왕절개수술 게임도 수술 과정이 적나라하게 표현돼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부작용 심각할 수 있어"

호주의 생활건강 관련 단체인 버터플라이재단은 최근 애플 측에 아이튠즈 스토어에 등록돼있는 '인어의 성형외과(Mermaid's Plastic Surgery)'를 삭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호주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니 롤랜드 버터플라이재단 교육 담당자는 "인어공주의 성형수술과 같은 게임들은 어린이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린이를 상대로 한 성형수술 홍보는 옳지 못한 일이며 유해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신건강 문제를 앓고 있는 청소년에게는 그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미화된 수술 과정을 흉내내는 식의 돌발사고도 심각한 부작용에 포함된다.

성형수술 게임에는 스테이지 클리어 등 중간마다 성형외과 광고가 등장해 '아름다워지기 위한 성형'을 강조한다. 똑같은 내용의 광고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노출하면서 성형수술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성형 광고는 국내 의료광고의 20%를 차지하는데, 비중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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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이 많이 이뤄지는 나라다.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ISAPA)의 2014년 세계 미용성형 통계자료의 조사 결과다. 1위는 미국이고 브라질과 일본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인구수 대비 비율로 따지면 우리나라가 최대 성형국이다. 인구 수 대비 성형외과 의사 수도 세계 1위다.

'세계에서 가장 미인이 많은 나라'로 꼽히는 콜롬비아는 외모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10대 청소년의 미용 성형수술을 금지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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