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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경북 금릉의 위폐는 규모면이나 기술면에서 우리 위폐 사상 기록적이다.
지금까지 국내 위폐는 1946년의 조선 정판사 사건 때 1백원권 9만 여장이 기록이었다.
『기네스 북』에는「히틀러」의 독일 제3제국 정부가 저지른 위폐 사건을 세계 기록에 싣고 있다.
1940년 친위대 소속「알프레드·나우족스」에 의해 추진된「베른하르트 작전」으로 만들어진 위폐는 잉글랜드 은행의 5파운드 짜리로 1억5천만 파운드(싯가 3천억원) 어치나 됐다.
이번 위폐범은 펜과 붓으로 1만원권을 도안한 후 색을 입혀서 모조지에 오프세트로 대량인쇄 했다. 그러니까 정교하기는 하지만 진짜와 비교하면 금방 조잡하다는 게 드러난다.
하지만 82년 일본에서 발견된 위조지폐와 위폐 인쇄 용구는 위조기술의 고도화를 느낄 수 있었다. 위조 지폐의 원판은 알루미늄제 오프세트 판면이었고 모두 14색을 사용했다. 번호도 수십 개나 있었다.
미국 달러의 위조는 위폐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달러는 가치가 안정된 데다가 국제적으로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더러 색채와 도안이 단순해서 위조가 용이하다는 취약성도 있다.
물론 용지와 인쇄 잉크 등의 특성들은 위조를 어렵게 하지만 육안으로는 쉽게 식별할 수 없는 약점이 있다.
때문에 달러의 위조는 한해 2천 건에 이르러 85년만도 6백90만 달러 어치의 위폐가 유통 중 적발되었고 유통전 압수분만도 6천1백만 달러나 됐다.
그 위폐는 주로 정밀 복사가 가능한 복사기를 이용한 것들이었다. 위폐 기술의 고도화에 맞서 미국정부는 내년부터 새 달러를 발행할 계획이다.
불빛에 비춰보면 육안으로 식별 할 수 있는 폴리에스터 실이 지폐 왼쪽에 수직으로 들어가고, 초상화 주변엔「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아메리카」(미합중국)란 글자가 l6분의1인치 크기로 조그맣게 씌어진다. 정밀 복사기로도 복사가 불가능한 도안이다.
우리 한국은행권도 그간 많은 개선이 있었다. 돈의 섬유 조성비율도 면 70%, 펄프 20%, 저피 10%에서 83년부터 면 1백%가 되었다.
지질만이 아니라 도안과 인쇄기술도 크게 향상됐다.
그러나 위폐 기술의 고도화로 금릉사건 같은 위험은 커가고 있다.
거기에 돈을 마구 다루는 우리의 습성으로 84년에는 2조9천억 원의 돈이 폐기되어 새로 발행하는데 1백90억원이나 들었다.
돈을 소중히 쓰고 위폐를 경계하는 국민 생활운동도 있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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