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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라 환자 두 명, 같은 유형의 균에 감염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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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통영에서 발생한 두 명의 콜레라 환자가 같은 종류의 균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은 26일 광주광역시 59세 남성 환자와 거제시 73세 여성 환자의 콜레라 균의 유전자 지문을 분석했더니 일치했다고 밝혔다. 이 균은 질본이 보유하고 있는 250개의 콜레라 균과 일치하지 않는다. 250개는 2001년 이후 국내외에서 발생한 콜레라 균이다.

질병본부, “해수온도 상승이 유력한 원인”
세 가지 감염 시나리오 제시

두 환자의 균이 같다는 것은 같은 원인에 의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질본은 세 가지 가설을 제시했다.

가설 1|바닷물

가장 유력한 가설이다. 조은희 질본 감염병관리과장은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것은 바닷물이 비브리오 균에 오염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며 이를 규명하기 위해 역학조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으로 인해 거제·통영 앞바다의 해수 온도가 예년보다 6도 높아 비브리오 균이 많이 증식하거나 활동이 왕성해진 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비브리오 콜레라균이 어패류에 들어있다 두 환자에게 옮겼거나 조리과정에서 어패류에 옮겼을 수도 있다. 첫 환자는 이달 7~8일 거제와 통영의 횟집에서 전복과 농어회를, 두 번째 환자는 14일 교회에서 삼치회를 먹었다. 삼치회는 근해에서 낚시로 잡았고 농어는 중국산이다.

가설 2|제 3의 인물 가능성

바닷물이 아니라면 교회와 횟집의 공통 인물이 있어야 한다. 첫 환자가 교회를 간 적이 없고 두 번째 환자가 횟집을 간 적이 없다. 특히 두 번째 환자는 올 6월 엉덩이 관절 교체수술을 하고 휠체어 생활을 하기 때문에 교회 말고는 다른 데로 거동하기 힘들다고 한다. 첫 환자가 들른 거제의 횟집과 교회는 섬의 반대 편에 있다. 첫 환자가 들른 통영 횟집과 교회는 30분 이상 거리에 있다.

질본은 횟집 종사자 중에서 교회를 다니는 인물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조 과장은 “(교회에서) 음식을 먹지 않고 배식한 사람이 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콜레라는 호흡기로 옮기지 않는다. 드물게 사람 간 전파가 일어난다. 감염자 손에 묻어 있던 균이 음식물로 옮기고 그걸 다른 사람이 섭취할 경우 감염된다. 하지만 감염되려면 1억마리의 균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사람 간 전파가 쉽지 않다.

가설 3|지하수

바닷물도, 공통 인물도 아니라면 콜레라 균에 오염된 지하수를 먹고 감염됐을 수도 있다. 질본은 이 가능성을 아주 낮게 보지만 1%의 개연성이 있을 수도 있어 거제시와 함께 지하수를 일제히 점검하고 있다.

세가지 가설 중 바닷물이나 지하수가 범인이라면 사태가 커진다. 멍게 등의 다른 해산물도 오염됐을 수 있다. 지하수도 많은 사람들이 섭취했을 수 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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