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민주화 의지 전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신민당 방미 단은 워싱턴 일정을 마친 후 미 정부의 입장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앞으로의 개헌투쟁 방향에 참고할 예정.
분석 내용중 미 정부의 부정적 시각으로 분류된 대목은 △한국 실정을 도외시 한 채 대화와 타협만을 강조한 점 △극소수 학생들의 반미 주장 및 극렬 행동을 무조건 폭력으로만 해석, 그 배경에 대해 이해를 하지 않는 점 △한국군의 작전 권이 있는 미국으로서 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역할을 누차 강조했음에도 확실한 언급이 없는 점 △올림픽과 관련한 안보논리가 한국정부와 같다는 점등.
한 관계자는 미정부가『신민당이 전체 한국인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아미티지」국방성 차관보)는 차원에서 출발하고 있으며『한국은 다른 비슷한 나라에 비해 야당의 활동이 자유롭게 보강되고 있고 민주화의 필수요건인 경제발전이 이뤄져있다』(「시프터」국방성 인권담당 차관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
그는 또「아미티지」의 발언 중『신민당 내부에 일관되고 통일된 주장이 없는 것 같다 『학생문제에 대해 신민당이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대목은 미 측의 신민당에 대한 질문임과 동시, 신민당 자체의 과제라고 해석.
이 총재일행이 미상무성을 방문, 미의 무역압력 완화를 위해 노력한 대목은 성과여부를 떠나 국익을 외해선 여야의 차원을 넘어서 공동 노력한다는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긍정적인 평가들.
워싱턴 체재 3일 동안 이 총재는 매일아침 투숙 중이던 워싱턴 교외의 메리오트 크리스틀 게이트웨이 호텔 이 총재 방에 부총재 3명, 홍사덕 대변인, 김동규 비서실장, 정재문·송현섭 의원 등이 모여 작전회의(?)를 가졌다.
이 총재일행은 미 의회 쪽으론 「토머스·오닐」하원의장, 「케네디」·「게리·하트」상원의원 등 10여명을, 행정부 쪽에선 「슐츠」국무장관을 비롯해 10여명과 5차례 면담을 가졌고 사이사이 외신기자 회견과 강연 등으로 숨 돌릴 틈 없는 바쁜 일정을 보냈다.
이 총재는 이 3일 동안 각 스케줄에 거의 참석, 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는 곤욕(?)을 치러냈는데 마지막 밤 교민과의 만찬을 끝냈을 땐 기진 한 모습.
한 부총재는『이 총재가 핵심부분을 물고 늘어지지 못한 점이 있긴 했지만 강행군에도 불구, 무난히 잘 치러냈다』고 소개.
이번 이 총재의 방미에 대해 미 행정부 및 의회 쪽의 예우가 정중한 점이 눈에 띄었으며 주미 대사관 쪽에서도 김경원 대사가「오닐」의장과의 면담 때 배석했고, 대사관저에서 만찬주최·차량제공 등 각별한 신경을 써준 점도 특징.
17일(현지시간)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이민우 신민당총재는『지난 3일간 워싱턴에서 미국 정부의 대한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으며 가시적인 성과는 당장 나타날 수 없겠지만 미 정계 지도자들이 우리의 민주화 의지를 충분히 알았을 것』이라고 자 평.
이 총재는 또「슐츠」국무장관으로부터『미국은 한국의 국내정치에 어느 편도 들지 않지만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적극적이고도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으며 워싱턴 포스트 지와의 회견에서는『미국의 한국정치 발전에 관한 태도는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주장.
워싱턴 포스트 지는 이 총재를『김대중·김영삼씨라는 야권의 두 주역이 있으나 다음 대통령 선거를 위한 협상에서 정당간의 대화를 이끌어갈 중요인물의 한사람』이라고 묘사.
한편 이 총재는『다음 달에 임시국회가 열릴 가능성 이 있으나 그 국회에서 각종선거법에 관한 정치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고 전망.
방미 성과에 관해 이중재 부총재는『미국의 입장은 이미 지난「슐츠」방한 때의 발언으로 나타났던 것인 만큼 이번 방미에서 그 이상을 기대하지도 않았었다』전제, 『신민당의 민주화 투쟁방향이 반 독재·대미경고에 있었던 만큼 이번에 대미경고의 임무는 충실히 해낸 셈』이라고 자 평.
이기택 부총재는『「시프터」국무성 인권차관보가 구치소 안팎을 막론하고 가혹행위는 근절돼야 한다면서 인권문제에 대한 미 행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표명한 것은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하고『그러나 우리의 대통령직선제 개헌에 관해 선 누차 반복 강조했음에도 불구, 내정개입을 이유로 그 현실적인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점은 우리로선 큰 벽이었다』고 실토.
김수한 부총재는『미국의 대한정책은 자국 이익에서부터 출발하고 있으며 그것이 안정 속에서의 타협에 의한 점진적인 민주발전이란 사실을 재확인 한 것은 이번 방미를 통해 얻은 교훈』이라면서『미국을 야권의 지원세력으로 알았거나 필요이상의 기대를 하고있던 인사가 있었다면 그것을 바로잡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평가.
김 부총재는 「슐츠」와의 면담 때 분위기가 매우 정 중·경직돼있어 마치 군사정전 회담을 방불케 했다고 소개하곤『자신에게 쏠린 내외관심을 무척 인식하는 것 같았는데 끝까지 기본입장만을 고수하더라』고 전언.【로스앤젤레스=허남진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