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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거리 나선 더민주 초선 28명 “답답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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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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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운
정치부 기자

25일 오전 9시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 선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28명이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는 행정부와 세월호특별법 개정 논의에 일절 응하지 않는 새누리당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새누리당의 총재인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직접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등 행동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광화문서 ‘초선 행동의 날’장외활동
세월호 유족 찾았지만 쓴소리 들어
“현장에선 실행하기 힘든 것들 요구
말 들어줄 순 있지만 해줄 순 없네요”

이어 세월호 유가족과 특별조사위원회 위원들이 단식 중인 광화문광장까지 걸어서 이동하며 “국민 여러분, 더민주 국회의원들과 함께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에 앞장서 주십시오!”라고 적힌 홍보물을 배포했다.

폭염 탓에 세월호 유가족들이 모여 있는 광화문광장에 도착했을 때 의원들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세월호 변호사’로 불리는 박주민 의원 등 일부 의원은 유가족 관계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의원들은 “열심히 하겠다”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자 자기소개를 했다. 하지만 막상 마이크를 받은 유가족과 특조위원들에게선 격려 대신 쓴소리가 쏟아졌다.

“서운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함께하겠다’ 등의 말로 2년6개월을 버텼지만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오준형군의 어머니 임영애씨)

“여소야대 국면이고 야당이 특별법 개정안을 말했기 때문에 8월 중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한 발짝도 못 나갔다.”(이석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장)

유가족과 특조위원들은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과 관련해 야당이 더욱 강경하게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의원들의 표정은 굳어갔다. 표창원 의원은 상념에 잠긴 듯 두 눈을 감고 고개를 살짝 뒤로 젖혔다.

더민주 초선들은 25일을 ‘초선 행동의 날’이라 명명하고 당 지도부와 상관없이 독자적인 행동에 나섰다. 지난 4월 국회 입성 후 첫 장외활동이었다.

자리에 참석한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유가족과 특조위원에게 “국회선진화법이 있어서 여야가 합의하지 않거나 직권상정하지 않으면 (세월호특별법을) 상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권영빈 특조위원은 “20대 국회는 관행을 버려야 한다. 관행상, 국회 규정상… (이런 이유를 대면) 해결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사실상 국회법을 무시해서라도 세월호 문제를 처리하라는 요구였다.

당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5선 중진 원혜영 의원은 “초선이니까 의욕적으로 그런 활동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야당에 다수를 만들어줬다. 다수를 가지고 국회 내에서 할 일을 일단 다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행사를 마친 뒤 김병욱 의원에게 ‘초선 행동의 날’에 무엇을 얻었느냐고 물었다. 김 의원은 “답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유를 다시 물었더니 그는 “현장에서 우리에게 바라는 건 법과 원칙상 실행하기 어려운 것들”이라며 “심경을 이해하기에 들어줄 수는 있지만 차마 해줄 수는 없다. 그 괴리가 무거웠다”고 답했다.

유성운 정치부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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