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물려주기」강좌가 활발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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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손을 놓은 노인들의 전통 물려주기 강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9일 하오7시 「현존하는 전통예절」강좌가 열리고 있는 쌍용빌딩 18층 강당.
『…신랑은 반드시 사모관대를 써야했어요. 사모관대란 벼슬을 해야만 쓸 수 있는 것이란 걸 생각하면 옛 분들이 혼인에 얼마나 가치를 부여했나를 깨닫게 됩니다….』
김봉환 할아버지(62·서울영등포구당산동4가1)의 서투르지만 정성을 다한 강의에 30여명의 방청객은 그대로 매료되고 만다.
쌍용양회 여직원 모임인 옥돌회(회장 한영희)가 처음 마련한 교양강좌였다.
한국노년생활연구소(소장 강세화)가 직장 경험이 있는 할아버지 5명, 할머니2명을 대상으로 2개월간 직접 자료를 수집케 하여 배출해낸 전통문화강사는 주로 회사의 사원교육을 당당하게 된다. 강사료는 1인당 3만원.
강소장은 『노인들은 사회적 역할을 가장 갈망하고 있다』고 말하고 『골목청소·교통정리보다 문화 전수자로서 노인의 장점을 살리고 젊은이들보다 사회적 위치가 높아 대우도 받을 수 있어 전통문화 강사라는 일거리를 마련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의를 들은 한영희씨(33·쌍용양회 레미콘사업본부)는 『강사가 열성적이고 생활 체험을 들려주기 때문에 이해도 쉽고 재미있었다』고 말하고 기회가 닿는대로 자주 열리기를 희망했다.
노인들의 전통 조리법 물려주기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은초록운동 추진위원회는 작년9월 「토종의 맛 밑반찬 장터」를 연 것을 계기로 유지열씨(64)등 4명의 할머니가 간장·고추장 담가주기를 계속해오고 있으며, 숭례원(원장 이훈석)도 명가의 김치 담그는 법 물려주기를 계속하고 있다.
은초록운동 추진위원인 홍순창씨(KBS 프로듀서)는 노인들의 새로운 일감으로 전통 물려주기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 『젊은이들의 일감도 뺏지 않고 노인의 풍부한 경험을 다음 세대가 손쉽게 체득할 수 있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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